[행간] "위험의 외주화, 강남역 사망 사고 불렀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 박재홍> 행간,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과 함께 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윤태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역에서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발생했죠.

◆ 윤태곤> 먼저 개요를 설명드리면 서울메트로하고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29일 오후 7시 30분경 정비업체 직원 조 모 씨, 29세라고 하네요. 스크린도어 안쪽, 그러니까 승강장쪽 말고 지하철 열차가 들어오는 안쪽에서 혼자 수리작업을 하다가 진입하던 열차에 끼어서 숨졌습니다.

◇ 박재홍> 스크린도어를 수리하고 있는데 지하철 열차가 그걸 모르고 진입을 해서 사고가 난 거죠?

◆ 윤태곤> 그렇죠. 서울메트로가 그날 오후에 안전문 관리업체에다가 문이 고장났다, 이렇게 신고를 하고 조 모 씨가 혼자 현장으로 나가서 수리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네요.

◇ 박재홍> 그러니까 계속 전철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에 현장에 가서 수리를 한 거잖아요. 그러면 누구의 잘못으로 봐야 합니까?

◆ 윤태곤> 일단 각자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울메트로는 본인들이 안전 매뉴얼을 이미 만들어놨다고 합니다. 스크린도어 점검 때는 2인 1조로 출동할 것, 지하철 운행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그러니까 바깥쪽에서만 작업하고 스크린도어 안에는 들어가지 말 것, 그리고 스크린도어 안에 들어갈 때는 사전에 보고할 것 등의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게 두번째 하고 세번째가 배치되기도 하고요.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들어갈 때는 보고해라 이랬는데. 그러면서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여러 언론에다가 이번 사고에서 이 같은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메트로에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고 운용은 해당업체에서 하고 있어서 원인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서울메트로 말은 수리업체 잘못이라는 말인가요, 지금?

◆ 윤태곤> 메트로 설명대로라면 메트로는 아무 잘못이 없죠. 그런데 또 다른 메트로 관계자가 언론에서 한 말이, 통상 지하철 운영시간에는 스크린도어 안쪽 정비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관제센터에 지하철 운행을 중단해달라는 연락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고 당시에 스크린도어 안쪽에 있었던 이유를 파악 중이다, 이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다시 이걸 쭉 모아서 설명을 해 보자면 업체에다가 스크린도어 고장이 났으니까 와서 수리해달라고 하는 한 것은 서울메트로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스크린도어 안에 들어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도 서울메트로였어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토요일 오후에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났으니 얼마나 난리가 났겠습니까?

◇ 박재홍> 굉장히 붐비는 시간이죠.

◆ 윤태곤> 시민들도 신고를 많이 하지 않았겠습니까? 빨리 수리를 하라고 했겠죠. 그래서 서울메트로가 관계부서에다가 수리업체에 연락을 하게 한 것인데 관제센터는 그 사실 자체를 모른 것이고 2호선 강남역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거든요. 수리업체측의 입장은 뭐냐. 묵묵부답입니다. 메트로에다가 물어보라, 이러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 문제는 그러면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안전불감증의 문제라고 봐야 하나요?

◆ 윤태곤> 제가 앞서, 메트로가 매뉴얼을 만들어놨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 박재홍> 2인 1조.


◆ 윤태곤> 매뉴얼을 만든 이유가 2013년 이것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거든요. 당시 2호선 성수역에서 그때도 스크린도어 점검업체 직원이 문 안쪽에서 센서를 점검하다가 열차에 끼어서 숨진 사고가 있어서 매뉴얼을 만든 겁니다. 2년 반 만이죠?

◇ 박재홍> 그런데 그 매뉴얼이 있었는데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을 했으면 소용이 없었다는 얘기인가요, 그러면?

◆ 윤태곤> 그러니까요. 메트로 관계자는 계속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는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 메트로는 올해 7월달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게 에어컨 수리업체 직원이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고 작업하다가 추락한 적이 있었어요. 이분이 전혀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았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면, 실적에 쫓기니까 하루에 에어컨 수리를 10개, 열 몇 개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혼자서 나와서 안전장치를 착용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작업환경이 근본적인 이유라는 겁니다. 다시 메트로 이야기를 돌아가보면 위험회피 매뉴얼을 만들어놓고, 본인들이 원청업체이지 않습니까? 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하청업체에서 메트로가 지휘감독권을 가지면 우리는 일 못한다 그랬을까요?

◇ 박재홍>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 윤태곤> 그렇죠. 이럴 때 나오는 개념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겁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위험한 사업장 중에 한 곳이 조선소거든요.

◇ 박재홍> 그렇죠.

◆ 윤태곤> 그런데 현대중공업 같은 넘버원 조선소에서는 산재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서 산재보험료를 매년 200억씩 할인받기도 합니다.

◇ 박재홍> 사고 안 나면 좋은 일 아닙니까?

◆ 윤태곤> 사고가 안 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다치고 죽는 사람들은 하청업체 직원들입니다. 그래서 그 사고는 원청업체 산업재해 통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결국 하청업체가 잘못한 것으로 처리되고 그 하청업체는 회사 문 닫고, 또 새로 문을 열고. 그래서 이 하청업체가 돈도 적게 버는데 위험도 더 갖게된다는 이야기인 거죠.

◇ 박재홍> 그런데, 하청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책임 소재를 가릴 때 굉장히 애매한 그런 상황이 되잖습니까? 이게 문제가 많네요.

◆ 윤태곤> 그렇죠. 서울메트로 사건도 좀 더 세밀한 조사가 필요한데요.왜 메트로는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지 않느냐라는 거죠. 제가 통계수치를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지방정부와 좋은 일자리 위원회라는 단체가 작년 5월에 발표한 보고서가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왜 5월에 발표됐냐하면 세월호 참사 직후에, 그때 세월호 선장이라든지 이런 분들도 비정규직이다, 월급 얼마 안 된다 그래서 책임이 없다, 이런 말들이 많이 나왔지 않습니까? 그래서 특히 안전업무의 외주화 문제를 점검해 본 거거든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의 간접고용 인력은 2010년 4005명에서 2014년 4월 3223명으로 800명 대폭 줄었습니다. 좋은 거죠. 박원순 서울시장 방침에 따라서 청소 용역이 1530명에서 463명으로 1000여 명 줄어든 영향이 제일 컸습니다. 반대로 안전과 관련된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는 2013년에 13명이 이런 하청업체 직원이었는데, 2011년에는 125명으로 늘어가지고 2014년까지 유지되고 있었어요.

◇ 박재홍> 10배 가까이 늘었네요.

◆ 윤태곤> 오히려 위험한 업무는 늘은 거죠. 전동차 경정비 업무도 2011년 107명에서 140명으로 늘었고 자재를 운반하는 모터카하고 철도장비 취급업무 용역도 87명에서 140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를 했습니다. 2013년 성수역 사고, 그리고 엊그제 강남역 사고가 바로 이 통계에 나와있는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거든요. 이게 간접고용, 하청업체를 통해서 일을 시킨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이게 서울메트로에만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겠는데. 위험한 업무는 밖으로 떼내서 주고, 지휘감독권이 없으니까 원청업체는 책임도 없다, 이게 쉽게 납득하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위험의 외주화,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말을 들어보면 위험한 일은 그냥 모두 하청업체에 맡기는 거네요.

◆ 윤태곤> 그리고 책임은 하청업체의 것이다, 이렇게 넘어가게 되는 거죠.

◇ 박재홍> 정말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인데, 사회적 도덕성과도 연관된 문제 아닐까요?

◆ 윤태곤> 그렇죠. 사고는 아무리 막더라도 나올 수밖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문제는, 이 사고를 어떻게 책임지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박재홍> 그렇죠. 그런 문제에 대해서 면밀히 따져봐야 되겠습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윤태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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