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모임인 '전쟁하게 하지 마라·9조를 부수지 마라! 총궐기 행동실행위원회'(이하 위원회)는 30일 도쿄(東京)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국회 의사당을 에워싸고 "전쟁하게 하지 마라", "지금 바로 폐안(廢案)", "헌법을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재 심의 중인 안보 법안의 폐기를 요구했다.
'아베 그만둬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아베 정권에 대한 불신과 비판도 쏟아졌다.
시위대는 주변 인도는 물론 국회 의사당 정문으로 향하는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몰려들었다.
경찰이 의사당과 시위대 사이에 버스로 벽을 만들어 차단할 만큼 이례적으로 대규모 시위였다.
일부 참가자가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걷어내려고 시도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주최 측이 질서 유지를 촉구하는 등 큰 충돌로는 번지지 않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경시청은 이날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참가자 2명을 체포했다.
위원회는 이날 참가자가 약 12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아베 정권에서 하에서 열린 안보법안 반대 시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경시청은 시위대 규모를 3만여 명으로 추산했다고 NHK는 전했다.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대학생 중심의 청년 단체 '실즈(SEALDs)'를 비롯해 남녀노소가 참가했으며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에서 성적소수자(LGBT) 등 약 100명이 모여 전쟁 반대를 외치는 등 각계가 도쿄에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또 민주당, 공산당, 사민당, 생활당 등 4개 야당 대표도 국회 앞 시위장에 모습을 드러내 국회에서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헌법을 위반한 법안"이라며 "국민이 위기감을 느끼고 분노하는 것을 아베 정권은 알아야 한다. 함께 법안을 폐안하자"고 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심의를 하면 할수록 아베 정권은 궁지에 몰리며 성실한 답변을 할 수 없게 되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씨도 시위에 참가해 "민주주의를 되찾을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함께 행동하겠다"고 언급했다.
TV아사히에 따르면 주최 측은 이날 전국 300곳 이상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니가타(新潟)시에서는 약 2천 명(주최 측 발표, 이하 동일)이 시내를 행진하면서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홋카이도(北海道) 구시로(釧路)시에서는 고모리 다카시(小森隆·63) 씨가 반대 행동 동참을 촉구하는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오후 1시30분께 JR구시로 역 앞에 섰으며 동참자가 잇달아 오후 3시 30분 무렵에는 약 250명으로 참가자가 늘었다.
나가사키(長崎)시에서는 약 800명이 안보법안 반대 시위를 벌인 뒤 "헌법을 지켜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내를 행진했다.
나고야(名古屋)역 주변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이 모여 '누구의 자식이든지 (전쟁에서) 죽게 할 수 없다'며 일본이 전쟁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 안보 법안 반대를 외쳤다.
일본 정부의 미군 기지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오키나와에서는 나하(那覇)시에서 열린 시위에 2천500명가량이 모여 아베 정권을 비판했다.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 등 안보관련 11개 법 제·개정안은 지난달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 중이다.
참의원이 법안을 가결하지 않으면 아베 정권은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법안이 송부되고 나서 60일이 지난 후 이른바 '60일 규칙'에 따라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가결해 법을 성립시킬 수 있다.
60일 규칙은 다음 달 14일부터 적용 가능하다.
아베 정권은 자민당 총재 선거 일정 등을 고려해 9월 14일 전에 법안을 표결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