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다큐 감독 간 차오…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말하다

2015 EBS 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이자 중국 상하이 다큐멘터리 채널 부사장인 간 차오. 사진=EBS 제공
제 1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8월 24~30일) 심사위원 자격으로 방한한 간 차오(37, 상하이 미디어그룹 다큐멘터리 채널 부사장) 감독은 중국 다큐멘터리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사회체제의 모순을 드러낸 작품을 제작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중국에서 자국의 현실을 직시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제1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안녕 나의 집'(2004)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1949년), 문화대혁명(1966~1969년), 개혁개방으로 이어진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한 노인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 잔잔하게 그려냈다. '붉은 경쟁'(2008년)은 혹독한 훈련에 시달리는 한 청소년 체조학교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올림픽 메달에만 목 매는 체육 시스템을 비판했고, '목화와 청바지'(2013)는 중국 전역에 걸쳐진 의류산업의 제작 공정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착취적 조건을 파헤쳤다.

간 차오 감독은 최근 서울 EBS 스페이스에서 열린 제12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독(Doc) 캠퍼스 강연에서 "사회적인 모순을 담은 작품을 만들려면 용기뿐만 아니라 지혜도 필요하다. 이러한 다큐를 제작할 때 저는 현상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며 "개개인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하나의 역사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큐 감독으로서 느꼈던 부끄러움에 대해서 고백했다. "중국 산서성에 위치한 한 탄광에서 광부들을 촬영할 때였어요. 광부들은 600m 아래 갱도에서 하루에 12시간씩 석탄을 캤죠. 저희는 이 곳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이 절망 속에서 산다고 생각했고, 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갱도 안과 밖에서 만난 광부들은 밝고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쳤죠."

그러면서 "상하이로 돌아가는 길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상하이는 등불이 반짝이는 도시였다. 그때 눈물을 흘릴 뻔했다. 수많은 등불에 광부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발전은 가장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간 차오 감독은 다큐를 촬영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에 관해서도 털어놓았다. "제 자신은 가족사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약점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면서도 작품을 위해 타인의 내면을 들춰야 할 때면 '날카로운 칼로 타인의 삶을 찢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해요. 언젠가 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다큐 감독을 안 할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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