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6월 1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시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21살의 백인 청년 딜런 루프는 함께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신도 9명을 갑자기 권총을 쏴 살해했다. 그는 "흑인들은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소리 지르며 범행을 저질렀다.
미국의 증오범죄는 KKK단의 존재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뿌리가 깊다. 그러나 2009년에야 '증오범죄예방법(The Mathew Shepard and James Byrd Jr. Hate Crimes Prevention Act)'이 연방법으로 제정되면서 가중 처벌의 길이 열렸다.
증오범죄 희생자들의 이름을 앞에 내건 이 법의 제정은 1998년에 잇달아 일어난 두 사건으로부터 촉발됐다.
백인우월주의자였던 로렌스 브루어(31세), 숀 베리(24세), 존 킹(23세)은 그를 한적한 시골 길로 데려가 마구 때리고 몸에 오물을 뿌렸다. 그리고 체인으로 발목을 감아 그를 픽업트럭 뒤에 매달고 3마일 가량을 달려 결국 그가 끔찍한 모습으로 숨지게 했다. 존 킹과 함께 사형을 언도받았던 로렌스 브루어는 2011년 9월, 형이 집행되기 전날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자면, 다시 그러라면 그럴 것이다"는 말을 남겼다. 존 킹에 대한 사형은 아직 집행되지 않았으며 숀 베리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제임스 버드 사건 이후 넉 달쯤이 지난 10월 6일의 쌀쌀한 가을밤, 와이오밍주 라라미시의 한 술집에서 21살의 백인 청년 매튜 세퍼드는 자신들을 동성애자라고 속이고 접근한 애론 맥키니(22세)와 러셀 핸더슨(21세)에게 차로 납치돼 시 외곽의 인적없는 농장으로 끌려갔다. 이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를 권총으로 위협하며 가진 돈을 뺐고 마구 때린 뒤 농장의 나무 울타리에 묶어둔 채 달아났다. 18시간 후에 머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어 눈물자욱을 제외한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채 혼수상태에서 발견된 그는 결국 6일후에 숨졌다. 범인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 때문에 그를 목표로 삼았던 것으로 조사됐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증오범죄에 대해 '피해자나 피해자 그룹이 가해자 자신과 다르다는 인식 내지 사실이 전체든 일부든 동기가 돼 발생하는 범죄로, 가해자 자신에게 특별한 피해가 없는데도 피해자가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혹은 성적 지향이 특이한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이 동기가 돼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라고 규정한다.(경상대학교 법학과 정도희 교수의 논문, '다문화사회 증오범죄 방지를 위한 제언' 중, 법학연구 21권 1호, 2013년 8월 경상대 법학연구소 간행)
결국 증오범죄는 편견에 의해 갖게 된 혐오를 폭력을 통해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게 드러내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2년에 발생한 의정부역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이 평소에 중국인 노동자나 탈북자들 때문에 자신의 일감이 줄었다고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돼 외국인 혐오가 주된 동기는 아니었지만 범행의 한 원인이 된 사례로 지목된다.
따라서 외국인에 대해 차이를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방식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차별이나 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고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증오범죄와 관련해 개념을 정립하고 방지를 위한 법규를 만들기 위해 학계가 적극적인 논의에 나서는 한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각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증오범죄 방지 법규가 인권을 침해하거나 사이비 종교행위에 악용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