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오는 31일 재개될 예정이었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심사 소위원회는 파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28일 의원총회 중간 회의장 밖으로 나와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논의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농촌지역 같은 경우 굉장히 광활한 면적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구수 비율로만 선거구를 획정하게 되면 농촌을 대표할 수 있는 농촌 대표성은 훼손된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컨대 경북이 3석이 줄고, 전남이 2석, 강원도 1석 이렇게 (줄어들게) 된다면, 농촌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농촌지역 특례 규정을 둬야한다'는 주장을 (의원들이) 지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도 의총에서 "기본적으로는 지역구를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지역대표성이 훼손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농촌 지역 의원들의 입장을 반영한 발언으로 사실상 54석의 현행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더라도 246석의 지역구 숫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가 최소·최대 인구수 편차를 '2 대 1'로 하라고 결정하면서 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은 의석수가 늘고, 농촌지역은 줄게 돼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농촌지역 의석수의 감소는 불리한 판세로 이어지게 된다. 지역구를 잃게 되는 의원들의 반감까지 더해져 "인구비례 대표성을 지키지 못하게 되더라도, 농촌지역 대표성을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도 피력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선인 김용남 의원은 "비례대표를 1석으로 줄이자"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에 비례대표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아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상징적 의석수만 남기고 사실상 폐지하자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의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 등에 근거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이는 비례대표를 늘리면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야권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이다.
인구 미달로 지역구(강원 횡성·홍천)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황영철 의원은 "지역대표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별도의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정의당의 경우 인구 비례, 표의 등가성 등 명분에 맞게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에도 영남 지역 교두보 확보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추친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46명에 고정시키지 방안에 당론으로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오는 31일 '의원정수 300명' 고정을 의결하려고 했던 정개특위는 파행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