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스점검원들이 오랫동안 피해 사례를 센터에 얘기해도 달라지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로, 회사의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 가스점검원 한 명이 매월 1천~1천200 가구의 가스안전 상태를 점검한다.
가스밸브가 집 안에 있는 특성상 직접 가정을 방문해 확인해야 하는 여성 가스점검원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가스 점검원은 "가정집을 방문해 점검을 마치고 나오려는데 도둑 취급을 받았다"며 "고객이 시계가 없어졌다며 고객으로부터 몸 수색을 당했지만 꾹 참아야 했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비스센터의 소극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 부터, 일부 남성 고객들의 성희롱과 음담패설이 비일비재 하다는 가스점검원들의 고충이 있었지만 센터의 대응이 미온적 이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
다른 가스점검원은 "점검원들 상당수가 남편과 자녀가 있다. 점검원들이 업무 중 이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해도 센터에서는 일 하기 싫으면 그만두라, 다른 사람을 쓰면 된다는 식으로 소모품 취급을 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같은 성폭력 사례들이 세상에 드러난 것도 지난해 10월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부터다.
문제는 경동도시가스는 서비스센터에 위탁을 줬다는 이유로, 서비스센터는 단순 대행업체라는 이유로, 이번 사태를 소극적인 자세를 넘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거다.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분회 관계자는 "여성 가스점검원 성폭력 문제 예방 차원에서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자고 수차례 요청해도 회사는 아예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면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문제와 관련해 서비스센터는 물론 업무지시를 내린 경동도시가스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대책과 재발방지 계획을 요구했지만 두 곳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경동도시가스가 4개 서비스센터 각각의 주식 지분을 80~100%를 갖고 있고 경동도시가스 출신 임원들이 서비스센터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
실제로 경동도시가스 출신 전 임원이나 부장이 서비스센터 대표이사나 전무, 상무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게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때문에 경동도시가스와 고객서비스센터가 서로 법인이 다르다고 주장 하지만 사실상 자회사 관계나 다름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성 가스점검원들의 성폭력 문제 등 근로 처우 개선을 위해 더는 경동도시가스가 모른 채 해서는 안 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경동도시가스 관계자는 "별개의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고객서비스센터의 내부적인 사정까지 일일이 다 알 수 없다. 성추행 사건 이후, 호신용 스프레이를 지참하게 하는 등 센터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경동도시가스 고객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24일 오전 9시30분쯤 가스점검차 방문한 동구 전하동의 한 가정집에서 남성 고객이 몸을 껴안고 몸을 부비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