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2만명이 넘는 국내 2위의 대형마트 홈플러스 매각 과정이 갈수록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 테스코가 향후 경영 상황은 아랑곳 없이 '팔아 치우면 그만' 식의 행보를 보이면서 협력사까지 수만 명의 운명이 깜깜이 매각 과정에 숨만 죽이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지분 100%를 가진 영국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 5천억원 가량의 배당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테스코는 이같은 계획을 본입찰에 참여한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등 3개 사모투자펀드(PEF)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떻게든 이들 사모펀드에 홈플러스를 팔아 치우려는 테스코 측이 배당금만큼 인수가가 저렴해지는 효과를 어필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테스코는 매각에 따른 세금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409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테스코는 매각 이후 홈플러스 경영에 대해 사실상 '나 몰라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홈플러스가 어느 쪽에 팔리든, 홈플러스는 5년치 이상 이익에 해당하는 돈이 빠져 나가면서 자금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달 임금교섭에서 내년 상반기 6개월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며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김국현 선전국장은 "테스코 본사가 직원들이나 회사 경영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팔기만 하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를 사겠다고 나선 곳이 기업을 사고 파는 것으로 돈을 버는 사모펀드밖에 없다는 것부터가 홈플러스 매각의 현 주소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대형마트라는 업태 자체가 정체상태에 있는 마당에 7조원 대에 홈플러스를 사서 제대로 꾸려 보겠다는 계획을 갖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도 깜깜이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경영진 중에서도 소수의 몇 명만 진행상황을 아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국 임직원들은 영국 테스코가 무엇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전혀 통보받지 못하고 끌려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사모펀드들의 인수 가격만 '카더라' 식으로 떠도는 가운데 경영 비전에 대한 논의는 물론 직원 고용 문제나 협력업체, 소비자 권리에 대한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매각 과정이 아니라 투기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홈플러스 노조 측은 본입찰에 나선 사모펀드들에게 고용승계 여부 등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는데, 이가운데 KKR은 "협력과 소통을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MBK는 답변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회신했다. 나머지 펀드들은 답신 자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