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생방송 총격범, 과거 '정신 치료' 권고 받아

규제없는 총기소지 '도마 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생방송 도중 총격 사건을 일으킨 베스터 리 플래내건.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26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생방송 중 총격 범행을 저지른 베스터 리 플래내건(41)이 직장에서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권고받았을 만큼 심적으로 불안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총기 규제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입법이 좌초되는 묵은 과제인데다 잇따른 '증오 범죄' 성격의 총기 난사에 번번이 속수무책인 만큼, 일단 정신병력이나 전과 등을 확인하고 총기 소지를 허가하는 방식의 단계적 규제라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WDBJ 뉴스 디렉터이자 플래내건의 전 상사인 댄 데니슨이 수차례 플래내건에게 상담을 권했던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상담 권고 이유는 동료들에 대한 플래내건의 거칠고 공격적인 언행이었다.

데니슨은 플래내건이 2012년 3월 WDBJ에 입사하고 두달 뒤 처음 그에게 주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두달 남짓한 기간 동안 3차례 동료들을 위협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주의였다.

가디언이 공개한 해당 메시지는 데니슨이 수신인 플래내건(업무용 이름: 브라이스 윌리엄스) 앞으로 보낸 A4 용지 1쪽 정도 분량의 글로, 플래내건의 지난 행동을 나열한 뒤 주의를 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에도 플래내건은 카메라 기자에게 특정한 방식으로 촬영할 것을 강압적으로 요구하는 등 동료들과 불화를 빚어, 업무 평정에서 '수용 불가' 평가를 받았다고도 전해졌다.

그럼에도 수차례 돌발 행동 및 지시 불이행이 이어지자, 플래내건에게 회사 내 보건담당 전문가와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의무 상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고용 관계가 종료될 것"이라는 단서도 달렸다.

해고될 때 플래내건은 사무실에서 "경찰을 부르라"고 난동을 피우며 "신문 1면에 나게끔 크게 소란을 피우겠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문건들은 플래내건이 지난해 3월 WDBJ에서 인종 및 성차별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버지니아주 법원에 제출됐다.

플래내건은 WDBJ가 흑인인 자신을 인종적으로 차별했다면서, "사무실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의도적으로 수박이 놓여 있었고 이는 인종 차별의 근거"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6일 플래내건이 범행 직후 미국 ABC 방송국에 보낸 문건에 따르면, 그는 범행 동기로 직장에서 받은 차별 및 동료들과의 불화를 꼽고 있다.

플래내건은 이날 아침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던 WDBJ 기자 2명에 총을 쏴 숨지게 하고, 인터뷰 대상자에 중상을 입혔다. 그는 범행 후 도주하다가 총격 자살을 시도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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