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7일 송유관에 구멍을 내 유류를 훔친 혐의(특수절도 및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등)로 총책 박모(48)씨 등 11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이모(49)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은 인천 서구, 경기 용인·평택, 전남 곡성·순천, 경북 김천, 충북 청주 등의 주유소 7곳을 임차해 송유관까지 10~50m 규모의 지하터널을 뚫어 특수 밸브를 설치하고 호스를 연결해 유류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유사석유 제조 및 판매 조직을 운영했던 박씨 등은 제조 판매보다는 유류를 절취해 판매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전국의 기술자를 모집하고 단속에 대비한 바지사장까지 두는 등 체계적으로 유류절도를 준비했다.
특히 박씨 등은 주유소 내 보일러실, 숙직실 등에 위장용 신발장과 서랍장 등을 놓고 그 안에 격벽을 설치한 뒤 지하터널을 뚫는 수법으로 범행을 은폐해 주유원들도 굴착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81억 원 상당을 빼돌려 BMW 등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호화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금 3억 원과 1㎏짜리 금괴 11개(5억 원 상당)도 압수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 2014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인천 서구, 전남 순천 등의 주차장 부지를 임차해 컨테이너를 설치한 후 지하터널을 뚫어 유류 13만ℓ(2억 원 상당)를 빼돌린 김모(48)씨 등 5명을 특수절도 및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34)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탱크로리 차량이 일반 주차장에 드나들면 의심을 살 것이 걱정돼 덤프트럭을 불법 개조한 차량을 이용해 훔친 기름을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송유관 유류 절도는 대형 화재나 붕괴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첩보가 입수될 경우 발본색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