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야당 이슈인 남북관계 현안에서 주도권을 여당에 빼앗긴 야당은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속단하기는 조금 이른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의 남북 유화상태가 유지되고 여기서 더 개선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쪽에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북풍(北風)이 불면 즉 남북관계가 돌발적인 긴장상태에 접어들면 안정을 희구하는 보수층이 결집하고 이는 여당에 유리해 왔다는게 지금까지 남북관계와 선거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이런 패러다임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때 깨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폭침사건 이후 치러진 6.2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이 압승을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결과는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당시 일부 접경지역에서는 여당에게 우세한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후방지역과 특히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세대, 친구를 군에 보낸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당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이길것 같던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의 긴장상태가 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패러다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따라서 남북이 지뢰도발에 대응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북측의 포격에 우리도 자주포로 응사하면서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던 남북관계가 김관진-황병서 라인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군사적 충돌 위기를 모면하고 관계의 해빙가능성을 열면서 내년 총선은 여당에 유리한 형국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상태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여당쪽에 유리할수 있다"면서 "정부가 원칙있는 대북전략 지키면서 협상타결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 프로세스 일부가 입증됐다고 보여질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16일 회견을 통해 "남북이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라거나 5.24 대북 제재조치를 선제적으로 해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개선쪽으로 흘러가면서 여당의 대북 원칙론이 국민들에게 더 먹혀 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따라서 통일대박론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공허하게 들린 측면이 있는데 이번 남북 합의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리더십이 통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유권자들이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남북합의가 잘됐다는 평가가 60% 이상으로 나왔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45%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남북 당국자 회담 준비에 착수하는 등 관계 발전을 위한 포석을 하나씩 하나씩 둬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모처럼 마련된 남북 화해 분위기를 구체적인 후속조치로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여권이 남북관계를 평화모드로 전개해 나가면서 총선을 앞둔 야당에게는 전략마련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기획본부장은 "합의문에 나온 의지대로라면 남북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면서도 "후속되는 당국간 회담에서 5.24 조치 해제 등이 쟁점이 되고 이를 풀지를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물살이 느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진 의원은 이어 "이번 협상에서 여러가지 사안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은 군사적 긴장해소에 중점이 두어졌던 것 같다"며 "후속 당국자 회담을 지켜봐야 내년 총선에 대한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번 합의의 효과가 총선까지 이어지기야 하겠느냐"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조치 해제 등의 프로세스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의원은 "위기상황을 면한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몇가지 우여곡절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총선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남북 관계 현안의 주도권을 여권이 가져간 것은 맞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간에 돌발사태가 생길 수 있다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