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최고의 선물 '美 시민권' 옛말 되나…

원정출산 中 여성 입국 거부…대선 후보는 '앵커 베이비' 비난 발언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태어날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선물하기 위한 비(非) 미국인 부모들의 원정출산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미국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과 상관 없이 시민권을 주는 '출생 시민권' 제도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출생 시민권'을 바라보는 미국 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젭 부시가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가운데, 만삭으로 미국에 도착한 중국 여성이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한 사실도 드러났다.

상하이에 사는 이 마(36·여)는 지난 6월 5일 로스앤젤레스(LA)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그녀는 임신 8개월이었고, 미국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다.


마는 지난 3월 비자를 신청하면서 출산 계획이 문제되진 않을지 미국 영사관에 재차 문의 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과 함께 10년짜리 미국 관광비자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가족들과 함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세관에서 이들을 가로막은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마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관 관계자는 마에게 "당신 같은 사람을 아주 많이 봤다. 중국인이 임신 막바지에 미국으로 그냥 관광을 왔다는 건 말도 안된다"면서 "임신 4개월째에 미국 관광비자를 신청하면서, 미국에서 출산할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 리가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마와 가족들은 불과 몇시간 만에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심지어 마는 향후 5년간 미국 방문을 아예 금지 당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미국의 출생 시민권 제도 때문에 그간 중국인 또는 한국인 등 아시아계 여성들 중 원정출산을 시도한 이들이 많았다. 지난 2012년 미국에서 태어난 중국 아기는 1만 명으로, 2008년에 비해서도 2.5배 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민권이 자녀에게 더 나은 교육과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둘째 아이에게 중국이 아닌 다른 대안을 주고 싶었을 뿐이며, 미국 내 출산이 불법도 아니기에 계획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위 원정출산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내 여론은 이와 반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미 국토안보부 당국이 LA 지역의 원정출산 중개 여행사 3곳을 수사한 것도 그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탈세와 비자 사기 등의 혐의로 철저한 수사를 받았다.

미 당국이 원정출산에 강경 대응하는 기류를 보이자, 중국 여성들의 원정출산 시도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신 여성들이 공항에서 입국 금지 당한다는 소식들이 온라인 상에 퍼지면서다. 캘리포니아 지역 언론들은 LA에서 중국인 원정출산 여성들이 주로 머물렀던 임시 아파트들이 모두 폐쇄됐다고도 전했다.

마의 상황에 대해 미 세관 당국은 "미국에서 출산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그들이 미국을 여행하겠다는 목적으로 비자를 받은 데 거짓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임신 상태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 중국인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24일 공화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출생 시민권 제도를 악용하는 아시안들을 타깃으로 '앵커 베이비'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파장을 일으켰다. 즉각 아시아계 의원 및 한인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론이 악화되자 부시 전 주지사는 "특정 인종이나 이민자들을 비방하려던 게 아니라 출생 시민권을 악용하게 만드는 시스템적 오류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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