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26일 "이번 사태를 통해 유사시 적군의 군사준비 태세와 절차가 어느 정도 확인됐다. 북한군 전술이 이번에 100%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우리 군의 작전계획 등을 보완·수정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지난 21일 오후를 기해 전방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방 포병부대, 해안포부대, 전방소초 등에 완전무장 및 즉각대응 준비를 하달했다. 잠수함의 전개, 공기부양정이나 특수전부대의 전진배치도 이뤄졌다. 이같은 북한군의 전술기동이나 사격준비 절차 등이 우리 군의 감시망에 속속들이 포착됐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북한군의 전술 노출을 유도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 이번 사태로 유감없이 확인됐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견디다 못해 결국에는 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비대칭 전력면에서의 우위도 확인됐다.
반면 이번 사태를 통해, 감시자산에서 전략무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새삼 확인됐다. 북한 잠수함 50여척의 전개를 포착한 것은 정찰위성 등 미군의 정보력이었다.
또 북한 잠수함 위협에 맞서 우리 군이 맞대응한 것은 B-52 폭격기 등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 가능성이었는데, 이는 전적으로 미군의 무기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현 상황을 좋게 보면 한미동맹으로 우리 측 가용자산이 많다는 점을 과시해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군이 최악의 도발에 나서는 경우 동향 포착에서부터 상황의 종료까지 전 과정에서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