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발 검문소 총기사고…박모 의경 사망(종합)

"빈총인 줄 알고 장난으로 방아쇠 당겼다"…경찰 총기 관리 허술함 드러나

서울 외곽 군경 합동검문소에서 총기 사고가 발생해 의경 한 명이 숨졌다.

경찰은 장난을 치다 실탄이 발사된 사고라고 밝혔지만 의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5일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2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구파발 검문소에서 박 모 경위가 쏜 3.8권총 실탄에 박모 상경이 왼쪽 가슴을 맞아 쓰러졌다.

박 상경은 동료 의경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심폐소생술을 받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검문소 내무반에 들어간 박 경위는 마침 간식을 먹고 있던 의경들에게 "너희들끼리만 먹으면 총으로 쏜다"며 장난 치는 과정에서 3.8구경 권총을 격발했다.

박 경위는 "권총 원형 탄창의 첫번째(12시 방향), 두번째(1시 방향) 칸을 비워 놓고 세 번째(2시 방향) 칸에 공포탄, 넷째 칸에 실탄을 넣어, 당연히 노리쇠가 빈칸에 맞춰져 있는 줄 알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실탄이 발사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포탄도 발사되지 않은 채 곧바로 실탄이 발사된 것은 의문이다.

통상 경찰관들에게 지급되는 3.8권총의 경우 첫발은 빈탄, 두번째는 공포탄, 세번째부터 실탄이 격발될 수 있도록 장전된다.

흉기를 든 강력범들과 맞딱뜨렸을 때 경고 조치 뒤 허공을 향해 격발한 이후 실탄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특히 3.8구경 권총 방아쇠에는 경찰이 자체 제작한 '안전고무'를 끼워 방아쇠가 쉽게 당겨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박 경위는 안전고무가 빠진 것을 알고도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알려져 실수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탄이 발사된 원인에 대해 경찰은 아직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근무자들이 총을 돌려서 쓰는데 이 과정에서 총알 순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수사를 더 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 경위 외에 현장에 있던 의경 4명을 상대로 조사 중이며, 박 경위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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