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판결을 받은 드레퓌스를 둘러싸고 재심을 요구하는 소수의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 간에 갈등이 불거졌다. 프랑스의 안보를 부르짖은 재심반대파와 개인의 인권을 중시한 재심요구파의 충돌이었다. 프랑스는 1870년 보불전쟁에서 비참하게 패배하고 독일에 알자스-로렌 지방을 빼앗겼다.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프랑스는 국가안보가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경도되었다.개인의 인권을 부르짖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라고 여겼다. 재심반대파는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반대하고 구질서의 회복을 주장하는 왕당파와 교회 세력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에 젖은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을 포괄했다.
"근대국가의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장대한, 프랑스로 하여금 흥분과 두려움 속에서 민주주의의 기반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만든 엄청난 드라마가 개막되었던 것이다. 개인의 존엄성은 좋다. 틀림없이 고귀한 이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小)를 위해 대(大)가 희생되어야만 할까? 단 한 사람들을 위한 도덕적 옹호로 인해 프랑스 모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아도 좋단 말인가? 이와 같은 문제를 놓고, 이성의 나라 프랑스는 제 정신을 잃고 말았다."(28쪽)
소수가 다수에게 의연히 맞섰다는 점에서 재심요구파의 투쟁은 더욱 기억할 만하다. 다수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목숨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프랑스 사회가 집단히스테리에 빠진 상황에서, 피카르·졸라·클레망소· 쇠레르-케스트네르 같은 이들은 자신이 믿는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진실한 소수를 위협했다. 그러나 소수의 용기 있고 책임 있는 사람들의 저항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였던가? 다수의 편에 서서 소수를 반대하는 일은 항상 쉬웠다. 소수의 반대자들이 기댈 기관들은 없었다.전 국민이 단결하여 반대하는데, 이 소수의 반대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싸워야 했던 것인가?(379쪽)
<나는 고발한다:드레퓌스 사건과 집단히스테리>니홀라스 할라스 지음/황의방 옮김/ 496쪽/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