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물러나면 끝?…선거비용보전금 반환 나몰라라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진=자료사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전 서울시 교육감들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선거보전 비용을 제대로 반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6일 드러났다. 공정택(81)·곽노현(61) 전 서울시 교육감은 모두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중도 퇴진했다.

2008년 7월 첫 직선제 교육감에 당선된 공 전 교육감은 후보자 등록 때 부인 명의의 차명예금 4억 원을 신고과정에서 누락시켜 2009년 10월 선거법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곽 전 교육감은 2012년 9월 대법원에서 사후매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으면 국가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고시한 선거비용 범위내에서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유효 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으면 절반,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을 교육감 선거 이후 60일 내에 실사를 거쳐 보전해 주도록 돼 있다.

문제는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으면 이 돈을 모두 돌려줘야 하는데 실제로는 제대로 반환하지 않는데 있다.

지난 7월 20일 현재, 공 전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보전금 28억 8,500만원 가운데 6,400만원을, 곽 전 교육감은 35억 3,700만원 중 1,290만 원만 반환하는데 그쳤다. 31억 3,700만원을 물어내야 하는 이원희 전 서울시 교육감 후보는 9,700만원만 납부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이 전 후보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이들 3명이 납부해야 할 선거비용보전금은 95억 5,900만원에 이르지만 납부액은 1억 7천만원으로 1.8%에 그치고 있다.

공 전 교육감의 경우는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매달 200여 만원씩 연금이 압류되고 있고, 이 전 후보는 매달 200만원씩 납부하고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강연 외에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곽 전 교육감의 경우 부동산에 대한 압류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선거비용보전금 반환은 관할 선관위가 반환을 고지하면 30일 안에 선관위에 내야 하고, 기한이 넘으면 선관위가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징수를 위탁한다.

문용린 전 서울시 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진=자료사진)
여기에 문용린(68) 전 서울시 교육감과 조희연(58) 서울시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과 5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상급심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문 전 교육감은 32억6,420만원을, 조 교육감은 33억8,400만원을 각각 반납해야 한다. 조 교육감의 경우 지난 3월 공개한 재산은 6억여 원에 그치고 있다. 이 중 본인 재산은 3천여 만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부인 명의의 재산이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재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넘겨놓거나 어떠한 근거를 대서 시한을 미루거나 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징수 강제력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에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개정안은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거범죄를 저질러 기소되거나 선관위에 의해 고발된 경우에는 기탁금 반환 및 선거비용 보전을 유예했다가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가 확정된 후에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거비용보전금 환수는 유죄가 확정돼야 진행될 수 있는데, 그 전에 재산을 처분하면 환수할 재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아예 이를 원천차단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심사 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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