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박·제각·해태 등 구어 57년만에 민법서 사라진다

'궁박(곤궁하고 절박한 사정)','제각(제거)', '몽리자(이용자)' 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이 57년만에 민법에서 사라진다.

법무부는 민법의 주요 용어 133개와 문장 64개를 순화하는 등 조문 1천57곳을 정비한 민법 개정안을 오는 26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궁박', '제각'을 비롯해 '기타(그 밖의)', '요하지 아니한다(필요하지 않다)', '가주소(임시주소)', '비치하여야(갖추어 두어야)' 등 일본식 표현을 바로잡았다.

넓이 단위인 '정보'와 '평'도 제곱미터로 통일했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한자어도 한글로 표기하기로 했다.

예를들어 '최고(촉구)', '통정한 허위의(짜고 거짓으로 한)', '몽리자(이용자)', '구거(도랑)', '언(둑)', '후폐한(낡아서 쓸모없게 된)', '해태한(게을리 한)' ,'인지(이웃 토지)', '폐색된(막힌)', '저치할(모아 둘)', '위기(소유권 양도의 의사표시)' '석조, 석회조, 연와조(돌·석회·벽돌을 사용한)' 등이다.

'상당한(적절한)', '이의를 보류한 때에(이의를 단 경우에는)', '공연하게(공공연하게)' 등 뜻이 불분명하거나 '표의자(의사표시자)', '복임권(복대리인 선임권)'처럼 지나치게
축약된 용어도 쉽게 쓰기로 했다.


남성 중심적 표현인 '친생자'와 '양자'를 '친생자녀'와 '양자녀'로 바로잡고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는 '소가 취하, 각하되거나 청구가 기각된 경우'로 정확하게 바꿨다.

새 민법에는 원칙적으로 조문 전체를 한글로 표기하는 대신 '추인(追認)', '소급(遡及)', '부종성(不從性)'처럼 한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동될 우려가 있는 경우 한자를 함께 적었다.

이밖에 불명확한 표현의 문장을 명확하게 하고,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변경하는 작업을 했다. 아래는 그 예이다.

새롭게 개정된 민법 개정안 표현 예
당기 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 그 기간이 지난 후 다음 기간이 끝날 때에

처분 또는 변경함에는=>처분하거나 변경하려면

각채권자 또는 각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권리가 있고 의무를 부담한다=>각 채권자는 균등한 비율로 권리가 있고, 각 채무자는 균등한 비율로 의무를 부담한다.

권리의무에 변경을 가져오지 아니한다=>권리와 의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

상호 면접교섭할=>서로 만나고 교류할

불족되는=>부족한

민법 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①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108조(통정허위표시)①상대방과 짜고 거짓으로 한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② 제1항에 따라 의사표시가 무효인 경우에도 그 무효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런식으로 오래된 일본식 표현이나 한자어를 걷어내고 순화가 이뤄지면 일반인들도 법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법무부는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민법학계 원로인 서민 충남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전문가 11명이 참여하는 '알기 쉬운 민법 개정위원회'를 운영하고 국립국어원의 감수를 받는 등 재작년부터 개정작업을 해왔다.

법무부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식 표현을 걷어내고 우리 법의 독자적 발전 성과를 반영했다"며 "민법이 법률 전문가들만의 법률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민생활의 기본법'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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