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4차례 기자회견과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대부분 일방통행식 회견이었다. 언론과 일문일답하는 질의응답은 거의 없었다.
장관들과의 직접 대면보고가 거의 없고 대부분 서면보고나 전화보고가 이루어진다.
지난 4일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 때도 한민구 국방장관으로부터 직접 보고가 없었으며 메르스가 확산되던 시기에 문형표 당시 복지부장관으로부터 한 차례도 대면보고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에는 21차례 보고가 있었지만 모두 서면이나 전화보고였다. 국회에서 쟁점이 된 것이 이 부분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인기피증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왜 직접 대면접촉을 기피할까? 박 대통령은 잘 아는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순발력 부족이다. 대통령은 장관이나 비서관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 바로 지침을 내리거나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심사숙고하는 스타일이다. 면전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않거나 못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피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문즉답에 약하기 때문이다. 간혹 일문일답을 하더라도 질문을 사전조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는 박 대통령이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유고 이후 1998년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20년 가까운 오랜 칩거생활 동안 혼자 생활하면서 몸에 밴 습성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예의를 중시하는 성격 때문이라는게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인사들의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사람을 만날 때 예의와 격식을 매우 중시한다. 친박인사라 할지라도 정치인 박근혜나 대통령 박근혜를 편하게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박근혜 당 대표와 대선후보 비서실장을 모두 지낸 유정복 인천시장과 지금은 등을 돌린 유승민 전 원내대표도 예의가 몸에 밴 인물들이다.
박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박 대통령이 사람과 순식간에 친해지거나 절차없이 소통하는 성격이 아닐뿐더러 예의가 없고 자유분방한 사람을 좀 꺼려하신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등은 박 대통령과 수시로 편하게 자주 면담하는 것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다. 김무성 대표는 통 크고 거침없으며 자유분방한 성격이다.
김무성 대표의 이러한 성향이 박 대통령에게는 예의와 거리가 좀 멀고 부담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측근인사들은 전했다.
김 대표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친박계 좌장이라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막역하고 '편한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 한 명의 사례로 지목되는 인사가 전여옥 전 의원이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야당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내며 박근혜 대표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렸다.
'박근혜의 입'이자 '걸어다니는 당론'이라 불릴 정도로 한때 당내에서 최고 실력자였다.
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런 전여옥 전 의원이 박 대통령과 멀어진 계기가 바로 '예의'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반대의 인물이 조윤선 전 의원이다. 외교학과 출신인 조윤선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친이명박계 인사였지만 5년 뒤에는 박 대통령의 눈에 들어 여성부장관과 여성 최초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냈다.
박 대통령은 예의바르며 조곤조곤 얘기하는 스타일의 조윤선 전 의원을 평소 눈여겨봐왔다고 한다.
인간관계에서 서로 눈을 마주보고 얘기하는 아이컨택(eye contact)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아이컨택할 수 있는 인사야 말로 진정한 측근인사라고 말할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아이컨택할 수 있는 장관과 비서관, 정치인, 나아가 국민이 많아질수록 박 대통령의 임기후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