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 우리 정부 아량 발휘한 것
-유감 표명? 사고주체 없어, 문병 수준
-확성기 조항도 북한 도발 묶어놓은 효과
-김정은의 결단?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맨입으론 안돼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지난 토요일부터 43시간 동안 지속돼왔던 남북의 마라톤 협상. 드디어 오늘 새벽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합의의 평가와 앞으로의 남북관계 전망까지 짚어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하죠.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정세현>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길고 긴 협상이었는데 남북이 합의를 도출했습니다. 일단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봐야겠죠?
◆ 정세현> 그럼요. 잘됐죠. 그렇지 않으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그걸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우선 잘된 일이죠.
◇ 박재홍> 일단 합의 내용을 살펴봐야 될 것 같은데요. 북한이 지뢰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었던 우리 군인들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과거 사례랑 봤을 때, ‘유감’이라는 사과수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정세현> 원래 우리 정부에서는 사실 이번만큼은 사과의 주체를 분명히 하는 시인, 사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유감표명 정도로 합의를 한 것이 오히려 어떤 점에서는 우리 정부가 아량을 발휘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리고 과거 사례와 같습니다. 옛날에도 사고를 누가 일으켰다는 하지 않고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데 대해서 유감을 표시한다’ 이런 식으로 했었죠. 그래서 지금까지의 선례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피했다라는 점이 서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유감 표명은 장관님 계실 때였던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당시에 전통문을 통해서 유감 표명을 한 이후 처음인데요. 따라서 일정한 의미가 있는 성과라고 볼 수는 없는 건가요?
◆ 정세현> 과거에도 다 그런 식으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합의문 문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고를 누가 저질렀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고요. 그런 사고가 있어서 군인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문병 온 셈입니다, 문병. 자기가 다치게 했다는 얘기는 하지 않고 ‘야, 다쳤구나? 안됐다, 그것 참 유감이다.’ 이런 정도 선에서 그친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서 앞으로의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잘된 겁니다. 이것은 우리 정부가 한 발짝 물러나서 해결이 된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천안함 문제도 이렇게 풀릴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5.24조치도 해제할 수 있는 그런 선례가 구성이 됐죠.
◇ 박재홍> 그러니까 외교적인 표현이기 때문에 명확한 주체는 없었습니다만, 사실상 북한이 스스로 도발을 인정한 거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정세현> 그렇게 봐도 되지만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여지는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러나 뭐 지나간 일을 가지고 다시 또 누가 일을 저질렀느냐고 따질 일은 없기 때문에 그걸로써 충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우리 측에서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오늘 낮부터 중단하기로 합의를 했는데요. 우리 정부의 결단도 적절했다고 판단하십니까?
◆ 정세현> 그렇죠. 이것도 잘된 겁니다. 물론 북한이 ‘우리가 다시는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하지를 않고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확성기 방송은 중단한다.’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 쪽에서 뒤집으면 앞으로 북한이 또 이런 사고를 일으키면 확성기 방송은 또 할 수 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음으로서 북한이 이런 일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제도화했다고 할까요? 그렇게 묶어놓은 효과가 있죠.
◇ 박재홍> 그런데 여기에서 비정상적인 사태는 무엇일까요? 의미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의미일까요?
◆ 정세현> 이런 도발 같은.. 그러니까 ‘남북 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도발행위를 하지 않는 한’ 그런 뜻으로 저는 해석을 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렇다면 북한이 지뢰도발 사건과 관련해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라는 것이 어제까지의 입장이었는데요. 이렇게 오늘 유감표명을 했고, 또 재발방지 약속까지 받아낸 것은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었다고 보면 될까요?
◆ 정세현>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라기보다는 우리 대통령이 내린 결단의 결과라고 저는 해석을 하고 싶습니다. 북한으로써는 지금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고 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협상을 했는데 결국은 확성기 방송중단은 보장받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확성기 방송중단을 우리로부터 보장을 받아낸 것이 아니라, 확성기 방송 중단을 보장해 준 우리 측의 소위 아량있는 태도를 우리 국민들이 높이 평가를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그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될 능력이나 책임은 북한한테 없습니다. 우리가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죠. 그런 점에서 우리가 이번에 잘한 겁니다. 우리가 아량을 보여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국민들이 이해를 하고 국제사회에서도 그걸 평가해 줘야지, 김정은이 굴복을 했다느니, 김정은이 아량을 베풀었다느니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죠.
◆ 정세현> 내용 때문이죠. 때로는 우리가 일기예보를 더 정확히 해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기도 한데요. (웃음) 이번에 재개하면서는 아마 김정은 체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그런 내용들이 좀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그것이 아팠던 거죠. 그러니까 김정은 제1위원장 자신이 직접 그걸 들을 리가 있겠습니까마는, 군쪽의 최전방이니까 대북방송을 방치하는 경우에 군쪽의 책임자들이 문책당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굉장히 조바심을 내면서 이 문제를 끝장을 내려고 했던 거라고 봅니다. 어쨌건 방송 내용이 북쪽의 김정은 체제를 흔들 수 있다고 봐서 북한이 모든 것을 거기다 걸었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래서 방송 내용에 따라서는 경제제재보다도 오히려 북한체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 정세현> 그렇죠.
◇ 박재홍> 그리고 또 하나, 남북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고 앞으로 계속 합의하기로 했는데요. 이번 남북고위급 회담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 정세현> 큰 성과죠. 그런데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이번에 추석을 계기로 하고 또 이어서 계속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또 그것과 관련해서 9월 초에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기로 했는데요. 제가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산가족 상봉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도록 하려면 쌀과 비료 지원 같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계속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려면 대북 경제 지원이 더 강화될 필요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 정세현> 그렇죠. 적어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만 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속된 말로 맨입에는 잘 안 된다는 것이죠. 그것을 국민들이 기억을 해 주시고 또 이해를 해 주셔야만 되지, ‘인도주의 사업인데 왜 이걸 북한이 한두 번 하고 끝내냐?’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건 남북관계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일입니다.
◇ 박재홍> 그런 이산가족 상봉이라든지 교류가 지속되려면 5.24 대북제재 해제도 좀 논의를 해야 하겠고요. 5.24 해제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이제 합의문 1항이 남북 당국자 회담을 곧 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거기서 자연히 논의가 될 겁니다, 5.24조치 문제요. 이번에 지뢰도발 사건에 대해서 북한이 했다는 것을 명시하지 않고도 유감 표명하는 선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았어요? 천안함 사건도 그런 식으로 풀 수 있는 선례가 지금 생긴 겁니다, 이 정부 내에서요. 이 정부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북 문제를 풀었는데요. 이 정부에서 그런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도 유감표명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넘어간다면 5.24 조치를 풀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될 수 있겠죠.
◇ 박재홍> 그러니까 이번 방식으로 천안함 사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시는 군요?
◆ 정세현>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는 선에서 5.24 조치를 풀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 박재홍> 천안함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의 열쇠를 남북이 갖게 됐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네요?
◆ 정세현> 이번에 지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요. 지뢰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 그리고 우리들의 수용. 이것이 선례가 될 겁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이제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장관님도 ‘국방부보다는 통일부가 바빠져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마는.
◆ 정세현> 그렇죠. 국방부가 바쁘면 국민이 불안하고, 통일부가 바쁘면 국민이 불안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국민행복 시대가 올 수 있죠.
◇ 박재홍>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평양이나 서울에서 남북 당국자 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내용도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협상 대상에 어떤 게 논의되어야 할까요?
◆ 정세현> 여러 가지 뭐…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당장 명시가 됐으니까 논의가 될 거고요. 그다음에 맨 마지막 조항에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 왕래를 활성화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되면 자연히 대북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경제협력 활성화, 이런 문제가 논의가 될 텐데요. 현실적으로 북한이 여러 가지 요구하는 것이 많이 있겠지만 저는 남북관계를 좀 더 심화 발전시켜서 북핵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틀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분야별로 회담을 많이 열기는 열되, 교류협력이 완전히 제도화된다든지 이렇게 되면 남북간이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되지 않겠어요? 그것을 북핵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한다든지, 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도록 북한을 설득해서 한반도 상황을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그런 틀을 짜야 되는데요. 그러려면 최소한으로 당국간 회담은 장관급 회담 정도로 제도화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차관급 이하로 가게 되면 그런 문제를 논의할 수가 없습니다.
◇ 박재홍> 북핵문제까지 건드리려면 장관급 회담 이상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정세현> 정상회담은 너무 이르죠. 지금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격이고요. 일단 장관급 회담을 복원하면 여러 가지 그 밑의 분야별 회담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협력 같은 것도 결국 당국이 나서야 되거든요. 그러려면 과거 선례를 보더라도 최소한 차관급 정도의 협의체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장관급 회담으로 가야죠.
◇ 박재홍> 아직은 갈 길이 멀겠군요.
◆ 정세현> 그전에 노무현 정부 말년에 10.4 정상선언한 뒤에 갑자기 총리급 회담을 열었었는데요. 그건 적절치 않습니다. 총리가 바쁜데 어떻게 남북회담이 됩니까?
◇ 박재홍> 알겠습니다. 새롭게 열린 기회를 남북이 잘 활용하면 좋겠군요. 고맙습니다.
◆ 정세현> 네.
◇ 박재홍>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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