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발 사건 이후 우리 군이 11년만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을 가한 건 지난 20일 오후. 우리 측은 155밀리 자주포 29발로 대응했다. 직후 북한군 총참모부는 48시간 내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고, 군은 추가도발시 강력 응징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양측의 군 최고통수권자도 직접 대결에 나섰다.
돌파구는 북한이 포격도발을 감행한 다음날인 21일 오후 4시쯤.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접촉을 갖자며 대화를 제의하고 나섰다.
이에 우리 측은 오후 6시쯤 김양건 당 비서 대신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 안보실장간 접촉을 제의하는 수정 통지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답이 없던 북측은 22일 오전 9시 35분쯤 북측 대표로 황 총정치국장과 김 당 비서가 나올 테니 남측에선 김 안보실장과 홍 장관이 나오라는 수정 제의를 했고 남측이 이에 동의하고 북측도 12시 45분 답신을 보내오면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
북측이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며 제시한 최후통첩을 4시간여 앞둔 시점이었다.
첫날 접촉은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11시간 가량 정회한 뒤
오후 3시 반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이 넘게 피말리는 협상이 진행됐다.
협상장인 판문점 평화의 집은 외부접촉이 전면 차단됐고 취재진들에게도 협상과정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도 북한은 잠수함 전력의 70%인 50여척을 기동시키는가 하면 남측은 B-52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시점을 검토하는 등 군사적 대치를 이어갔다.
그러나 양측은 회담이 결렬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전화에 휩싸일 우려가 크다는 공동의 인식아래 막판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은 끝에 대타협의 전환을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