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 만족할 수준 아닌 일반적 이야기될 것"

지뢰·확성기 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 테이블 위에 있어

- 남북, 3일 내내 협상 깨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이례적.
-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진정성 가지고 임하고 있어.
- 판문점 회담은 2+2지만 사실상 남북 정상간 기싸움.
- 강경 대응이 굴복시켰다? 北 작년부터 대화 제의해 와.

(사진=자료사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8월 24일 (월) 오후 6시 10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근식 교수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 정관용> 남북 고위급 접촉 사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참 궁금한 그런 상태인데요. 북한전문가죠?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김근식 교수 연결해서 도움 말씀 듣겠습니다. 김 교수님 나와 계시죠?

◆ 김근식>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한 번 만나면 스물 몇 시간씩 만나고 그러네요.

◆ 김근식> 그러게 말입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이런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되는 것 자체에 어떤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 김근식> 그렇습니다. 그동안 남북이 협상을 하거나 회담을 하면 기싸움은 당연한 것이었고 결렬되기도 하고 우여곡절을 겪었는데요. 이처럼 거의 3일 내내 밤샘협상내지 장기간 마라톤협상을 하는 모습도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저희가 볼 때 제가 주목하는 가장 이례적인 모습은 그렇게 오랫동안 협상을 지속하면서도 협상을 깨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 김근식> 그런 면에서 보면 남쪽이나 북쪽이나 구체적인 논의되는 과정을 저희들이 바깥에서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양측 다 판을 깨지는 않겠다. 어떤 것이든 높은 수준이든 낮은 수준이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주지는 못한다하더라도 일단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이게 지금 최고위급 협상으로 김관진 청와대국가안보실장 그리고 북한에서는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둘이 대표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을 CCTV를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다 보고 있다면서요?

◆ 김근식> 그렇습니다. 남북이 공식 당국회담을 하면 양측의 최고지도부, 그러니까 서울과 평양에서 공식회담장의 모습과 발언내용들이 다 감지가 됩니다. 그래서 시시각각으로 실시간으로 그것을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현장에 나가있는 것은 우리 김관진 안보실장과 황병서 정치국장이지만 나와서 이야기를 하고 주고받고 서로 간에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결국 마지막 결정을 하는 것은 서울의 박 대통령과 평양의 김정은이 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판문점 평화의 집에 마주앉아 있는 사람은 그 2 플러스 2, 4명입니다만 사실상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기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간접 정상회담, 이런 단어까지 나오더라고요.

◆ 김근식> 네, 그렇다고 봐야죠.

◇ 정관용> 그런데 김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이 DMZ 안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의도적으로 이와 같은 협상국면으로까지 만들었느냐. 아니면 지뢰 매설은 별개로 치고 확성기 방송이 시작되니까 포를 쏘고 또 곧바로 대화제의를 해서 이렇게 만난 것 아니겠습니까?

◆ 김근식> 네.

◇ 정관용> 그러면 뭐가 됐건 지뢰부터 의도적이었든 아니면 포로부터 의도적이었든 뭔가 대화국면을 북한이 바란 것 아닐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근식> 사실은 그래서 전격적인 2 플러스 2 대화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우리의 강경한 원칙적 대응이 북한을 굴복시켰다,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있는데요. 제가 볼 때는 오히려 보다 좀 길게 전략적으로 분석을 해보면 북한이 스스로 사실 작년부터 일관되게 남쪽에 대해서 대화를 제의했던 내용이 있습니다. 그것은 작년 1월 16일에 국방위원회 중대제안부터해서 작년 6월 30일에 국방위원회 특별제안이라고 해서 거듭 남쪽에 대화제의를 한 게 뭐냐면 바로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 그다음에 한미합동훈련을 중단하는 문제 그다음에 서해상의 적대행위 중단문제 등등 해서 한반도의 군사안보적 긴장문제를 어떻게 평화문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큰 틀에서의 회담을 하자는 게 북한 측의 일관된 주장이었습니다.

◇ 정관용> 네.

◆ 김근식> 우리는 계속 진정성이 없다면서 부인을 했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만약에 지금 2 플러스 2 회담으로 해서 사건의 발달은 목함지뢰와 포사격이라는 휴전선에서의 도발입니다만 이것이 발단이 돼서 향후에 김관진과 황병서라고 하는 이 안보 투톱라인이 어떤 형식으로든 한반도 군사적 긴장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또는 지속적인 회담을 이끌어간다고 한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북한이 작년부터 주장했던 것과 사실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본다면 이번에 마주앉게 된 사건의 발단의 계기는 북한이 도발을 해서 그것들이 우리가 강경하게 원칙대응을 해서 나온 겁니다만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은 한반도에서 자기들 나름의 평화의 문제들을 남쪽과 담판을 짓고 싶다는 과거에 계속된 전략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 정관용> 그럼 지금 회담장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지뢰 사과해라, 확성기 중단해라, 꼭 이 얘기가 아니죠? 사실은 그보다 더 큰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거죠?

◆ 김근식>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정도의 3일 내내 계속되는 밤샘협상과 마라톤협상이라고 한다면 이 지뢰를 사과하고 시인하고 재발방지를 하라는 것과 확성기를 중단하라는 이 이슈만 가지고는 저는 이렇게까지 하진 않을 거라고 보고요.

◇ 정관용> 당연하죠.

◆ 김근식> 그리고 그 이슈만 가지고 황병서 급이 나올 이유도 사실은 만무하고요.


◇ 정관용> 그렇죠.

◆ 김근식> 그렇기 때문에 회담의 첫번째 단추는 물론 그것이 돼야겠습니다마는 그 첫번째 단추만이 아니라 그 첫번째 단추가 일정 정도 양측이 합의가능한 정도로 봉합이 된다고 한다면 그다음 단계는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들 그리고 북측의 관심 사안들, 우리 측의 대북제안들 이런 것들을 폭넓게 테이블 위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생각이 되고 그것이 합의까지는 이를지 못할지언정 북측의 속내가 남쪽에 전달이 되고 남쪽의 진정성이 북측에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대충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 5.24조치,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상봉, 북미회담, 북핵문제 6자회담 이것까지 다 갑니까? 어디까지 갈까요?

◆ 김근식> 일단 논의 가능한 것들이 일단 우리가 북측에 제안한 대화들이 많습니다. 작년에 대통령이 드레스덴 제안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북측에 3대 통로라고 해서 민생, 환경, 문화통로 해서 다양한 사업들을 제안한 게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이 전달되는 건 당연한 것일 거고요. 특히 대통령이 관심 갖고 있는 게 이산가족 문제 아니겠습니까? 작년 경축사, 금년 경축사에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우선 과제로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됐을 거고 또 하나는 박 대통령의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DMZ세계평화생태공원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사실 지금 문제가 되는 휴전선 문제랑 직결되기 때문에 휴전선의 군사적 긴장 완화 문제와 DMZ세계평화생태공원, 남북이 서로 간에 같이 할 수 있는 내용들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되고요. 그 다음에 북측의 관심사는 아까 우리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5.24 문제, 금강산 관광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북한은 또 자기들의 관심사항을 요구를 충분히 했을 거라고 보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 2 플러스 2 회담을 발표했던 청와대 첫 발표문도 남북관계 전반적인 현안을 논의한다고 돼 있었고요. 그리고 1차 협상이 끝나고 새벽에 정회한 다음에 그 정회를 발표하는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의 발언도 분명히 '지금 남북 간의 현안을 포함해서 폭넓게 남북관계의 발전문제를 논의한다' 이렇게 돼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다양한 이슈들과 쟁점들과 의견들이 테이블 위에서 다 논의가 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좀 아까 김근식 교수가 이렇게 오랫동안 협상장에 마주앉아 있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누구도 깨지 않는다는 게 더 이례적이다. 사실 그게 같은 말이에요. 깨지 않으니까 오랫동안 시간을 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얘기는 타결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까지 시간을 보냈는데.

◆ 김근식> 저도 그쪽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싶은데요. 만약에 타결을 하지 않기로 결심을 했거나 타결에 그렇게 서로 절박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 정관용> 벌써 깨졌겠죠.

◆ 김근식> 네.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든, 물론 그 수준은 높은 수준이 아닐 수도 있고 그 다음에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마는 협상의 동력, 그 다음에 협상 국면의 지속이라고 하는 추동력은 계속 가고 싶은 게 남북 양측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봐야 하죠. 판을 깨버리면 이 판을 박차고 나갔을 때 양측 다 감수해야 될 군사적 긴장이라는 것이 상당히 부담이 크고요. 그 다음에 판을 안 깨면 낮은 수준이긴 합니다만 이것을 시작으로 해서 그 다음 회담, 그 다음 회담들이 연속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긴장 국면을 협상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는 저는 양측에 다 공감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나 지금 이번, 오늘 오전에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의 단호한 원칙을 마지노선으로 제시를 했습니다.

◇ 정관용> 또 한 번 얘기를 했죠.

◆ 김근식> 네. 어떤 면에서는 쐐기를 박는 것이어서 협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그런 정도의 일반적인 예상을 알면서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 정도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과 나름대로의 북한의 양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게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 정관용> 하긴 그런 공개발언이 나오고 나서도 계속 마주 앉아 있다고 하는 것은 뭔가 여지가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근식>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런 가운데도 북한의 잠수함이 기동하고 있다, 서로 병력을 어떻게 배치한다, 이런 얘기들은 그냥 기싸움인 거죠?

◆ 김근식> 맞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협상 국면에서 협상을 압박하기 위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여러 가지 카드 중의 하나가 협상장 밖에서의 압박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우리가 본래 협상장으로 서로 나오게 됐던 것이 휴전선에서의 군사적 긴장 때문이었고 그 다음 협상장에서 상대방이 자기의 요구조건을 수용할 수 있도록 쓸 수 있는 바깥의 카드는 또 협상장 바깥에서 군사적 긴장과 군사적 시위를 계속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큰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남북 양측 다, 우리도 지금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고요. 북한 역시도 잠수함의 식별이 불가능하게 된다든지 공기부양정이 뜬다든지 이런 것도 전부 다 남쪽에 대한 압박 효과가 있는 걸로 카드화시켜서 쓴다고 봐야 되겠죠.

◇ 정관용> 첫 단추는 아무래도 지뢰 문제하고 확성기 문제가 될 텐데. 김 교수, 무슨 묘안이 있습니까? 이걸 좀 양쪽 다 만족할 만한 뭔가 나올 게 있을까요?

◆ 김근식> 만약에 판을 깨지 않고 최소한의 합의라도 협상의 동력을 위해서 만들어낸다고 한다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주체를 명확히 하면서 지뢰 도발을 시인하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고요. 그리고 우리 쪽은 또 그것이 보장되지 않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는 글을 문구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만약에 기대를 실어서 예상을 해 보고 전망을 해 본다면 '남북 사이에 최근에 있었던 휴전선에서의 군사적 분쟁과 충돌에 대해서 각기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 구축을 하면서 한반도의 평화를 높여가는 방향으로 계속 협의하기로 한다' 이런 정도의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최소한의 합의사항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싶고요. 물론 그 문구 다음에는 당연히 '우리 쪽의 대북 확성기 방송도 북한 측의 성의 있는 조치가 있는 한 잠정 중단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정도의 이야기를 한다면 오늘 당장 서로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의 첫 단추는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네, 아무쪼록 단추를 계속 좀 끼워나가는 그런 시작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근식>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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