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지배 구조 개편 나설 듯

"SK가 하이닉스 '직접' 지배"…최 회장, 국내 현장 점검 뒤 글로벌 사업 박차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박종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광복절 사면 직후 열흘간 대전, 울산, 이천 등을 오가며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는 25일 예정된 최 회장의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식을 기점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내 사업장과 창조경제 현장을 두루 살핀 뒤 다음 달부터는 해외 사업장을 방문, 글로벌 사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25일 46조원 반도체 투자 계획 발표…글로벌 사업도 본격화

2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SK회장은 25일 이천 SK하이닉스 M14 준공식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이날 확대 경영회의에서 언급한 4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부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26일에는 수원 봉담읍에 있는 선영을 방문해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17주기 추모식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이달 내로 SK텔레콤 판교센터 등 주력 계열사 현장 점검도 마무리 짓고, 다음 달부터는 2년 7개월 간 경영 공백으로 미뤄뒀던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외국 사업장이 많은 에너지·화학 분야가 주요 대상이다. SK그룹 내 에너지·화학 계열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중국의 시노펙, 일본의 JX에너지와 미쓰이화학 등 4개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SK의 거점 지역인 동남아, 중국, 미국, 중남미에서 사업 상황의 적신호가 계속 들어오는 만큼 이들 국가의 사업장 점검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 박차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지분을 SK로 넘기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계열사로 묶여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인수 합병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SK그룹의 IT사업 부문 지배구조는 'SK㈜·SK C&C 합병회사 → SK텔레콤 → SK하이닉스, SK플래닛, SK브로드밴드'로 이어진다. SK텔레콤이 사실상 중간지주사에 위치하고 SK하이닉스 등이 합병지주사의 손자회사가 된다.

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 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100% 전량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중소 업체를 인수하는데는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SK가 SK텔레콤을 거치지 않고 직접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해 통신업을 하는 '사업회사'와 SK하이닉스 등 IT 계열사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를 만들고 투자회사를 SK㈜·SK C&C와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SK그룹 지배구조는 통합 지주사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린 형태로 바뀐다.

SK그룹 내 손자 회사인 SK플래닛과 증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의 지분 변동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플래닛은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SK컴즈 지분 64.5%를 내달 말까지 전량 매각하거나 100%로 지분을 늘려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플래닛이 SK컴즈 지분 매각을 시도하겠지만 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아 SK텔레콤이나 SK C&C로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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