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모인 300여명 중 일부 시민들은 TV를 통해 남북의 긴장상황과 고위급 회담에 관한 소식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대합실에 앉아 일본인 친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던 김만수(33)씨는 "매년 의례적으로 있던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오히려 예전에 있었던 천안함사태나 연평도포격 때에 비하면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차분히 말했다.
부산에서 온 대학생 김민주(22·여)씨는 "살면서 전쟁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상황이 특별히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며 "친구들은 전쟁 나면 싸우러 가겠다며 장난스럽게 얘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천안으로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던 대학생 한소희(20·여)씨는 "전면전은 나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엔 북한이 그저 겁만 주려고 이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접경지역에서의 국지 도발을 우려하기도 했다.
월남전에 참전했었다는 이근창(69)씨는 "소련이나 중국이 뒤를 봐주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북한도 쉽게 전면전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면서도 "혹 접경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포격 당해 생명을 잃을까 염려스럽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온 예비역 병장 강동우(22)씨는 "포격 도발이 생기면 경기도 및 전방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위험할 수 있다"며 "국지 도발이 나면 지난 4월에 공군에 입대한 친구가 피해를 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역시 군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방문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명동 예술회관 앞 쉼터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50여명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포구 상암동에 사는 구학모(40)씨는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절대로 발생해선 안 된다"며 "고위급회담에서 대화가 잘 풀려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회사원 이세리(24·여)씨는 "북한이 매설했다고 알려진 지뢰로 인해 장병들이 다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봤다"며 "군대에 있는 동생이 생각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이런 도발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그동안 뒷통수를 너무 많이 맞아서 북한을 신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