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흥시장 위기 "20년전 외환위기와 닮은듯 달라"

중국 경제 불안과 위안화 평가 절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현재 세계 경제를 둘러싼 상황이 아시아 외환위기가 잉태된 1994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신흥국들이 경상수지와 외화보유액 등에서 1994년과는 다른 체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세계 금융시장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위안화 가치를 전격적으로 평가절하했다.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는 중국 금융당국의 조치에 시장은 1994년 1월 1일 단행된 위안화 평가 절하를 떠올렸다.

1994년의 위안화 평가 절하로 중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지만 선진국의 주가 버블과 신흥국 통화 약세의 부작용도 생겼다.

당시 미국은 예고 없는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대학살(Bloodbath)'이라 불리는 채권가격 폭락 사태가 벌어졌고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주식도 폭락했다.

멕시코는 결국 '테킬라 위기'로 알려진 외환위기를 맞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1994년 중국의 위안화 절하는 미국 금리 인상과 더불어 멕시코의 외환 위기는 물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이끈 발판을 제공했다는 분석이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94년 이전 경이로운 성장을 한 아시아 국가들에 투자가 몰렸지만 '유토피아'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21년 전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당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아시아 신흥시장 위기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종종 거론된다"고 전했다.

최근 단행된 위안화 평가절하로 한국을 포함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급락했다.

위안화 충격에 카자흐스탄은 지난 20일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했고 하루 앞선 19일 베트남은 올 들어 세 번째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올해로 예고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시장이 더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 여건이 1994년과 유사하지만 다른 점들도 분명히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상황이 1994년과 비슷한 것으로 보이지만 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와 재정 여건, 외화보유액은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의 경우 단기 외채가 2010년 1천400억달러(156조원)에서 2015년 현재 1천153억달러(129조원)로 줄어들었다. 외환보유고도 3천700억 달러(414조원)로 풍부한 편이다.

미국이 1994년의 충격을 교훈 삼아 시장에 금리 인상 신호를 미리 준 것도 다른 점이다.

그렇다고 위기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 약세가 중국 기업들에는 달러로 갚아야 할 부채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모건스탠리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스테판 로치는 "1994년 당시 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와 불충분한 외화보유액은 현재 아시아 국가들에 적용되지 않지만 핫머니(단기 투자자금)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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