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력시위 속 남북접촉 재개…사과 형식 놓고 기싸움

南 '분명한 사과' 요구에 北 반발...1차 탐색전과 달리 '벼랑끝' 담판 가능성

22일 오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황병서 북한 군총정치국장(왼쪽)과 김양건 노동당비서(왼쪽 두 번째)이 회담 전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촉발된 군사 충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 2차 협상을 23일 오후 3시30분쯤 판문점에서 시작했다.

이날 오전 4시 15분쯤 정회했다 속개된 2차 접촉에는 첫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선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가 참석했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단 밤샘 마라톤 협상에 이어 2차 협상까지 벌인 것을 보면 양측의 대화 의지는 어느 정도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은 입장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북측은 지난 4일 발생한 지뢰도발은 물론 20일 포격도발에 대해서도 남측의 ‘자작극’이라 발뺌하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다.

잇단 도발 사실을 시인,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과 책임자 처벌까지 거론하는 남측 입장과 간극이 너무 큰 것이다.


우리 측은 북측 요구대로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하려면 최소한 도발 시인과 사과 표명 정도는 받아내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탐색전 성격이 강한 1차 협상과 달리 2차 협상은 ‘벼랑 끝 전술’ 같은 담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상대방의 인내력을 시험하며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아쉬울 것이 없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는 담력 대결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다.

북측이 갑자기 잠수함 전력을 대거 가동하고 비무장지대(DMZ)의 포병 전력을 증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남북 모두 현 상황의 엄중함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출로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군사적 대치와 긴장 상황을 진정시켜 대화국면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공히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구면관계인 ‘김관진-황병서 라인’의 무게감도 이런 희망적 기대를 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뢰도발 등에 대해 구체적 언급 없이 다소 모호한 방식의 재발방지 약속을 하거나 주어(주체)를 특정하지 않는 사과 등의 방식이 예상된다.

다만 우리 측은 ‘주체가 분명한 사과’를 기본 입장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협상에 홍용표 장관과 김양건 비서가 포함된 점으로 미뤄 5.24조치 해제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번 접촉에서 쌍방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뢰도발 의제에서 길이 막힐 경우 이산가족 상봉 등의 다른 카드를 조합하는 우회로로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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