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행동을 예고하며 최후통첩을 했던 전날 오후 5시를 앞두고 일촉즉발의 위기 속 대피소로 몸을 피했던 연천군 주민들은 상당수가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전날 저녁 시작된 남북 고위급 접촉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시각각 전해지는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중면 삼곶리 주민인 장모(42.여)씨는 “그냥 TV만 보면서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긴장을 하지 않고 지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주민 김귀영(69)시는 “율무밭 농사일을 손 놓고 있으니까 생업에도 지장이 크고 한숨만 나온다”면서 “(고위급 접촉) 결과가 좋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표정이었다.
바뀐 잠자리에 적응을 못 한 고령의 주민들은 대피소 문 앞으로 나와 답답한 마음을 바람을 쐬며 달래는 모습이었고, 타지에 있는 자녀들에게서 안부 전화가 오면 오히려 다독이기도 했다.
새벽 5시쯤 회담이 정회되고, 오후에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궁금증도 커졌다.
“북한의 요구도 일부 수용하면서 사태가 원만히 끝나길 바란다”거나 “북한의 요구대로만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삼곶리 박용호 이장은 “고위 당국자 접촉이 평화롭게 대화로 해결되는 성과를 내길 원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우리 지역에 포가 떨어지거나 하는 무척 위험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해 5도에서 강원 동부까지 내려진 대피령은 연천군을 비롯해 현재까지 대부분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