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아프면 어떡하죠?…10년 뒤 "해외로 가셔야 합니다"

"수십 명이 갑자기 죽는 일이 벌어지면 엄청난 사건이잖아요. 아마 머지않아 '하루 일과가 될지도 모릅니다. 심장과 폐 때문에요."

오태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그려 본 우리나라의 10년 후 모습이다. 과장이 아니다.

현재 흉부외과 전공의(레지던트) 지원율이 수년 동안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의 대부분은 50대다. 따라서 10년 뒤엔 흉부외과 의사의 씨가 말라버릴 위기에 처해있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다양하다는 분석이다. 첫째는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가 흉부외과 의사들이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수술 전 2~3시간 동안 환자 가족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서를 받고 수술에 들어가도 그 결과가 나쁘면 일부 가족들이 의사 집까지 찾아와요. 감금과 집단구타도 벌어지죠. 그 스트레스로 심장 수술을 받은 의사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어요. 병원 현관에 관 두껑을 열어두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흉부외과에 지원하겠습니까?"

또 다른 문제는 의료 수가다. 간단한 수술과 최고의 기술이 필요한 심장 수술에 대한 국가 지정 수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흉부외과학회 등의 노력으로 2009년 '수가가산금 100%'가 생겼다. 100만원의 수술비가 발생하면, 정부가 100만원을 추가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도 허점 투성이다.

"정부는 수가가산금을 병원에 지급해요. 병원은 이를 '병원수입'으로 생각하고 흉부외과에 30% 정도만 돌려줍니다.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병원이 흉부외과에 30% 이상만 주면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며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어요."

이 때문에 지원이 말라버린 규모 작은 병원과 지방 병원에서 흉부외과 의사가 줄어들게 되고, 환자는 이른바 '빅5'의 대형 병원으로 쏠리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

더구나 이러한 현상이 굳어지면서 전체 가산금의 70%가 '빅5' 병원으로 몰렸고, 다른 병원의 흉부외과 재정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오 교수는 흉부외과에 대한 수가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강조했다.

"현재는 약수터에 물뜨러 가는 사람과 관악산을 오르는 사람,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사람이 모두 같은 월급을 받는 구조입니다. '제 밥 그릇 챙기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하겠지만, 가장 어려운 흉부외과의 상황을 국민들과 동료 의사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또 보건복지부가 종합병원을 지정할 때, 흉부외과를 필수진료과목에 반영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병원이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면 종합병원으로 지정되지만 흉부외과가 필수진료과목은 아니다"며 "적어도 300병상 이상을 갖춘 종합병원이라면 흉부외과를 필수진료과목에 반영해 졸업 후 사실상 '빅5'가 아니면 갈 곳이 없는 흉부외과 의사들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를 비롯한 흉부외과 의사들은 "정년퇴직이 없다"는 생각으로 24시간을 일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각오에서다. 다만 10년 후 심장과 폐 수술을 받기 위해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거나, 외국 의사를 데려와야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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