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도 이틀째 조업 중단…안보 관광지 문 닫혀
"이장 인솔 하에 안내방송이 나오면 바로 대피소로 가게끔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모두 TV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22일 오전 경기 연천군 민통선마을인 횡산리의 노인회장 이용섭(75)씨의 말 속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10㎞ 이내인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 도발'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민통선 마을에서는 영농 활동을 위한 외부인 출입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한 군사적 행동을 예고한 시한인 '22일 오후 5시'가 한나절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1일 오후 6시를 기해 연천군 중면 대피소에 남아 있던 주민 58명에 대한 대피령이 마지막으로 해지되면서 22일 현재 경기도내 대피 인원은 없으나 만일의 사태에 언제라도 대피령이 발동되지 않을까 준비 중이다.
경기도 통합방위지원본부와 연천군·파주시·김포시 위기대응상황실을 각각 운영 중이다.
연천군 중면 김용섭 면장은 "오늘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일에 복귀했다"며 "면사무소 직원들이 비상근무하면서 주민들과 연락할 수 있는 비상연락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과 접적 경찰서들도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긴 마찬가지다.
화천군은 오후 5시 전후를 기해 북한군의 추가 도발이 우려됨에 따라 최북단 주민들을 오후 3시부터 안전한 곳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실제 같은 대피 훈련을 시행한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와 산양1∼2리 등 3개 마을 주민 가운데 100여 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3곳의 대피소 겸 숙소에 나뉘어 밤을 지새웠다.
화천군 상서면 마현리 김완태 이장은 "숙소에서 밤을 지새운 어르신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오늘 오전에는 농사일 등을 위해 각자 집으로 갔다가 오후 3시께 다시 (숙소로) 모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원군도 이번 주말 예정된 제1회 DMZ 평화자전거대회와 한탄강 래프팅 축제를 전면 취소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포격도발 직후인 지난 20일 저녁 마을의 지하 대피소를 찾아 3∼4시간 머무르기도 했던 주민들은 지난 밤에는 집에서 뉴스보도를 지켜보며 밤잠을 설쳤다.
동해안 저도 어장 입어도 이틀째 전면 금지됐고 동해안 지역 해양경비안전서도 북한군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해상 경비 강화에 돌입했다.
고성군 현내면 마달리 박철용 이장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주민에게 상황 전파를 해야 하다 보니 근심이 돼서 밤에 잠도 잘 못잤다"며 "벼를 비롯해 민통선 안에 있는 경작지의 농작물도 손을 봐야 하는데 출입을 못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서해 5도에서는 이틀째 조업이 중단됐다
해군은 21일에 이어 22일에도 우리 어민의 안전을 위해 백령도·대청도·연평도 등 서해 5도 인근 해역 조업을 통제했다.
이로써 연평도 54척, 백령·대청·소청도 177척 등 총 231척의 어선이 이틀째 조업하지 못한 채 부두에서 대기 중이다.
다만, 북방한계선(NLL)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강화도에서는 정상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와 강원도 안보관광지도 운영을 중단해 적막감만이 감돌고 있다.
파주 제3 땅굴과 도라전망대, 철원 제2 땅굴과 평화전망대, 양구 제4 땅굴과 을지 전망대, 고성 통일전망대, 강원 DMZ 박물관 등엔 모두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개성공단을 오가는 파주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의 출·입경은 정상 진행됐다.
한편, 이날 오전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파주 임진각 대피시설을 점검한데 이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재해구호물류센터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