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쓸모없어 버려지는 물건을 새롭게 재탄생 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링(re-cycling)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소재에 예술적 디자인과 기능을 접목시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폐자원을 리폼해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 다른 개념이다.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중인 업사이클링을 소개한다.
◇ '처치 곤란' 쓰레기가 친환경 제품으로 재탄생
"3년 전 커피 전문점에 갔다가 재떨이로 쓰는 커피 찌꺼기를 봤어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니 (찌꺼기)양도 엄청나겠다 싶었죠.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하겠어요. 활용도를 높일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커피 찌꺼기로 플라스틱을 만든 (주)C3커뮤니케이션 우상경(51·디자이너)대표는 홀로 냄비하나 들고 커피 찌꺼기와 3년을 씨름을 했다.
"커피 찌꺼기를 고체화 시키는 게 제일 먼저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밥으로 풀 쑤듯이 커피로 풀을 쓰기 시작했죠. 비율을 달리해 가면서요. 계속 실패를 거듭하다 결국 고체화는 성공했는데 이게 굳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더라고요."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고체화는 성공했지만 이번엔 커피 유분이 문제였다. 우 대표가 처음 만든 플라스틱 컵은 갈수록 유분이 생겨 끈적끈적한 이물감까지 만져져 실패로 끝났다.
이어 두 번째로 만든 머그컵도 실패, 결국 세 번째 도전한 텀블러에서 유분기와 고체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우 대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궁금증은 하나였다. '어떻게 커피 찌꺼기로 플라스틱을 만들까'였다. 비법 공개까지는 아니어도 대량의 커피 찌꺼기 구입부터 고체화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커피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커피 찌꺼기 조달은 더치커피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하는 업체나 캔커피 공장 등 대량 생산을 하는 곳에서 배송료만 지불하고 찌꺼기를 받는다고 한다.
"공장에서 받은 커피 찌꺼기는 전부 젖은 상태로 와요, 그 상태에서 화장실에 가서 저 혼자 유분 제거 작업을 하죠. 아무도 모르는 저만의 비법으로요. 그렇게 유분을 제거한 찌꺼기를 130도 건조기에서 4시간정도 건조시켜요. 건조된 찌꺼기들을 3번의 분쇄를 거쳐 밀가루보다 고운 입자의 가루로 만듭니다. 이 가루에 합성물질을 합성해 고체화로 압축, 출력하는 거에요."
실패와 절반 성공을 거듭한 끝에 커피 찌꺼기 고체화에 성공했고, 지난 5월 친환경 플라스틱 자원으로 특허권을 신청해 세상에 공개했다.
현재 시중에 판매중인 텀블러와 주걱에는 40%커피 분말이, 상용화를 앞둔 시트지는 60% 분말 합류에 커피향까지 더했다고 한다. 화학성분이 아닌 커피분말로 만든 제품이라 소비자 반응도 좋다.
'주부 9단' 살림 고수들도 업사이클링 열풍에 동참했다.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 자리한 '공작소 몽땅'의 안주인 3인방이 그 주인공. 김은영(45), 김경희(49), 김미애(42)씨는 한 달 전 공방을 열었다. 각자 온라인 카페를 운영하던 중 사람들에게 업사이클링 제품을 알리고 나누는데 뜻을 모았다.
"음료수병, 통조림 캔, 안 입는 청바지 등 보통 사람들은 쓸모 없다고 버리잖아요. 근데 이게 조금만 손보면 다 쓸모 있어지거든요. 우리는 아파트 분리수거 날이 백화점 쇼핑같아요. 대박을 건지는 거죠."
버려지는 깡통이 화분이 되고, 빈 상자가 피크닉 가방으로, 안입는 청바지는 가방에 우산, 신발 등 공방 안주인들의 손을 거쳐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상품으로 재탄생했다.
공방은 각 재활용 전시관 및 성인, 아동창의교육수업도 함께 진행하며 전시중인 핸드메이드 제품은 판매해 수익금 일부를 환경 단체와 도움이 필요한 여성에 쓰여진다.
업사이클링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면 공방에서 진행하는 원데이클래스(참가비 만원), 정규클래스(참가비 1만 5천원)에 신청하면 된다.
◇ "업사이클링 발전? 재활용 선입견부터 버려야"
해외의 경우 업사이클링은 상당히 대중화됐다. 우리보다 한참 앞서 트렌드를 이끌었고 브랜드 가치는 또 다른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내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수준이다. 다행히 성장 속도는 나쁘지 않다. 5년 전 7개에 불과하던 브랜드가 지난해 말 에는 약 70여 개 육박할 정도의 브랜드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업사이클링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개선, 지원 등 필요한 건 많지만 가장 시급한 건 소비자들의 의식개선이라고 지적한다. 여전히 폐자원 활용한 제품은 쓰레기로 보는 선입견부터 고쳐야 희망이 보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