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전양면' 노림수는?…잘 대처하면 전화위복

직사포 발사 직후 ‘관계개선 노력’ 의사 전달…이중전략 속 대화에 무게

북한이 지난 20일 서부전선에서 벌인 기습적인 포격 도발은 다목적 의도를 가진 고도의 포석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도발 양태나 이후의 대응 방식이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이날 오후 3시 53분과 4시 12분쯤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4.5mm와 76.2mm 포탄 여러 발을 남측으로 발사했다.

그러나 대북 방송용 확성기나 전방초소 등을 겨냥한 조준사격은 아니었던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실제로 76.2mm 추정 포탄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700m 지점인 비무장지대(DMZ) 내에 떨어져 우리 군 전방초소에는 피해가 없었다.

이들 직사화기는 사거리가 곡사포에 크게 못 미친다. 실질적인 타격을 위해 발사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측은 우리 측의 155mm 자주포 대응 사격에도 응사하지 않았다.

다만 이후 전달된 북한군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은 향후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요구와 함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행동 개시를 위협했다.

북한은 그와 비슷한 시각 김양건 노동당 중앙위 비서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서한을 보내 역시 대북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음을 덧붙였다.

각각 서해 군 통신선과 판문점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전달된 두 메시지는 전형적인 ‘화전양면’ 성격을 띤다.


북한 대남전략의 속성상 우리 측 판단을 흐리게 하고 남남갈등까지 초래하려는 목적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이 우리 측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게 기획, 실행된 것은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북한이 최근 대북 확성기에 대한 조준타격을 경고해온 것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말투는 위협적이지만 실제 속내는 타협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확성기 방송 중단을 현실적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삼고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군사훈련 중에 도발을 감행한 것도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간 고위급 접촉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비록 서한 형태이긴 하지만 김양건 비서 명의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수신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인 김관진 안보실장인 점을 감안하면 고위급 대화 창구를 개설할 의향을 밝힌 셈이다.

물론 북한은 48시간 내 대북방송 중단과 이후 군사 보복을 경고했다.

남측 여론을 떠보고 분열시키고, 그럼에도 남측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도발의 강도를 높여나갈 사전 명분쌓기 성격이 짙다.

따라서 공은 다시 우리 측에 넘어온 상태다. 하지만 향후 대응 여하에 따라 ‘지뢰 도발’ 국면의 극적인 출로가 마련될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대화와 압박이란 북한의 이중전략으로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화로 풀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주장만 의제로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것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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