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강용석에게 언론은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여론에 백기를 든 비지상파 방송사들은 강용석 기용을 포기했다. 언론 매체와 비지상파 방송사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얽히면서 더 이상 강용석 한 사람만 가지고 이 사태를 이야기하기는 힘들게 됐다.
스캔들 속 또 다른 스캔들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기묘한 삼각관계를 방송 및 언론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해봤다.
▶ 강용석 불륜 스캔들의 시작이 궁금하다.
= 핵심 인물은 변호사 겸 방송인 강용석, 블로거이자 강용석의 의뢰인이었던 A 씨 그리고 강용석에게 소송을 제기한 A 씨의 남편 B 씨다.
스캔들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10~11월 사이, 강용석이 파워블로거인 여성 A 씨와 홍콩으로 밀월 여행을 떠났고 불륜 관계라는 증권가 정보지가 돌았다. B 씨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강용석은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직접 해당 내용을 언급하며 스캔들을 부인했다.
B 씨가 행동에 나서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지난 4월 강용석이 아내 A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가정이 파탄에 이르렀다며 강용석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22일 첫 재판이 열렸고, A 씨와 B 씨의 이혼 조정 결과에 따라 추후 재판 일정이 결정된다.
▶ 이에 대해 강용석은 어떤 입장을 견지해왔나?
= 당시에도 강용석의 입장은 확고했다. "불륜 사실이 없으며 A 씨와는 그저 의뢰인의 관계"라는 것이었다. A 씨 역시 강용석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B 씨의 인터뷰, 홍콩 체류 확인, 수영장 사진 및 두 사람이 나눈 문자 등이 보도되면서 사건에는 다시 불이 붙었다.
강용석은 보다 적극적인 해명과 고소로 맞대응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지속적으로 관련 기사를 작성해 온 K모 기자에게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 5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 씨와 법률대리인 C 변호사에게는 지난 19일 공갈미수,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에 대한 손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위자료와 재산적 손해배상금까지 확정 청구할 계획이다.
최근 보도된 사진 및 문자에 대해서는 "법원에 증거로 낸 사진이 아니며, 조작 가능성이 높다. 문자 역시 임의대로 편집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A 씨 역시 블로그를 통해 '문자는 왜곡 편집된 것이며 원본과 다른 사진인데 휴대폰을 복원해서 공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강용석은 tvN '수요미식회'를 시작으로 JTBC, TV조선 등 종합 편성 채널(이하 종편) 프로그램에서 모두 하차했다.
▶ 강용석의 방송 하차에 대한 파장이 크다. 강용석은 국회의원 시절, 아나운서 비하 발언, '고소왕' 등 부정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강용석이 방송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유선 방송 채널과 종편은 왜 이런 강용석을 기용해왔나?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 =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후발주자로 출발한 이들 채널의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지상파와 동일한 방식으로는 경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슈가 되는 사람을 출연시키고, 적극적이고 과격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기대한다. 그것이 일부 남성 및 보수 성향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출연자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재판을 받은 이들이라 이미지를 고려할 이유가 없어 다소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도 가능하다. 결국 방송사는 강용석의 이슈성을 이용하고, 강용석 역시 이미지 세탁의 도구로 방송사를 이용한 것이다.
▶ 그렇다면 강용석과 방송사들은 서로 상부상조하는 공생 관계였다고 할 수 있겠다. 강용석이 하차 의사를 전하기는 했지만 원래 JTBC의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하차는 없다는 입장을 취했었다. 이들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최진봉 교수 = 끝까지 강용석을 기용하고 보호해주고 싶었겠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용석이 자진 하차했지만, 여론 추이가 심각해지니까 방송사와 조율을 한 후 하차를 결정했다고 본다. 해당 방송사들은 출연자에 대한 품격이나 품위의 기준이 지상파와는 다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나타나지 않은 이상, '그 정도 가지고 무슨 하차냐'는 안일하고 느슨한 기준을 갖고 있다.
▶ 여론이 악화되기까지 사실 가장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언론 매체들이다.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여론전을 주도한 보도 행태에 문제는 없나?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 = 일단 언론 매체에서 의혹 제기는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냥 파헤치기 식, 가십성으로 취재를 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용석 씨 사건의 경우, 수사 중이고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이다. 아무리 믿을 만한 진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생활 영역이 그렇게 보도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특히 개인 문자의 경우는 명백한 사생활의 영역이다. 그런 영역까지 언론이 진실을 파헤친다는 명분 아래 뒤지는 것은 잘못됐다. 사실 그 진실이라고 하는 것도 공익적 측면이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와는 무관하지 않나.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 = 세 가지가 맞물려 있다. 일단 강용석 개인이 스스로 문제를 노출해 온 인물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논란에 대해 자숙하면서 (문제를) 노출 시키지 않을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강용석은 사회적 관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지 않았고 그것으로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본인이 계속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낸 책임은 있다고 본다. 유명인의 사생활, 이른바 불륜 등의 자극적 기사는 사실 건강하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사생활에 대한 과도하고, 무책임한 노출은 사회적으로 언론인들이 어떤 것이 중요한 의제인지 판단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한편으로는 대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판 받아야 하는 많은 사회적 진실이 있는데 관심을 갖지 않거나 말하지 못한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인에게 관심이 쏠리는데, 이것이 과연 사회를 민주적으로, 진보적으로 건강하게 만드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유명인이지만 사생활 관련 보도인 이상, 강용석 개인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윤여진 사무처장 = 지금 보면 과거에 강용석 씨 아들이 했던 이야기로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낚시성 기사를 작성하는 매체들이 있더라. 가족들까지 동원해 인신공격을 심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런 보도는 가족들조차도 모욕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 사실 공인인 공직자들이라도 공적 영역에서 사적인 행동을 한 것은 문제 제기를 받을 수 있지만, 사적 영역에서 사적인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기는 힘들다. 그러나 인권 침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연예인의 경우는 여론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언론과 법적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들은 공생하는 관계다.
전규찬 대표 = 강용석은 명확히 공인이 아니고, '준공인'인 상태라 애매한 지점이 있다. 사생활이 공적으로 노출되는 조건 속에 있는 이런 인물의 경우, 어떻게 처신할 것인지 개인의 판단이 중요하다. 사적인 존재들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존하고 지킬 것인지에 대한 깊은 사고를 해야 한다. 물론 부추기는 언론 매체들이나 대중들, 그리고 사회 판단 주체들도 이 부분에 대해 지키지 못하고 있다.
▶ 이 같은 보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대중들도 많다. '알고 싶지 않은 복잡한 사생활 이야기를 왜 기사로 접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윤여진 사무처장 = 결국 조회수가 곧 정보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보도를 접하고 싶어하는 대중들도 많다. 그러니까 언론사 홈페이지를 들어가지 않고 정말 좋은 정보는 SNS에서 공유하게 된다. 물론 자신의 관심사에만 치중하게 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최소한 난잡하거나 지저분한 기사는 보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언론 매체들은 대중으로부터 정보를 소비하게 하고, 소비된 정보로 하여금 영향력을 생산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 그렇다면 언론 매체들은 이런 사안에 대해 어떤 태도로 접근해야 하나? 반복되는 문제들을 해결할 방도는 있나?
윤여진 사무처장 = 연예 매체들이 많다 보니 가십이 연성화된다. 그런데 본인의 사생활이 그렇게 공개되면 어떨까? 이런 이야기까지 기사로 작성되면 어떨까? 한 번만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취재원을 대상화하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것을 감당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인격권이 얼마나 침해되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법의 영역을 넘어서는 위법 행위에도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무슨 행동이든 못 하겠나.
전규찬 대표 =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개념이다. 한국 사회에서 그것을 공개하고, 침해했을 때 치러야 되는 대가에 대한 문제가 크게 한 번 터졌으면 한다. 이것을 침해하면서 돈을 버는 상업적 행태들이 얼마나 범죄적, 반인간적, 반사회적인지 그런 단순한 교훈의 계기들이 크게 없었던 것 같다. 프라이버시는 단순히 개인적인 사생활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 권력에 의한 공공연한 감시와 통제로부터 개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인간적, 정치적인 조건이자 활동이다. 우리는 프라이버시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놓쳐버린 지점이 있다. 국가와 언론 그리고 개인에게까지도 프라이버시는 소외돼 있다. 이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진봉 교수 = 사생활 부분에서는 더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 경제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게 되면서, 저널리즘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광고지향적인 성격을 띠게 된 언론사들이 많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방도가 없다. 자정을 노력하는 언론사들에게 지원을 해주거나,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