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7.30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광주 지역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권 의원은 김 전 청장과의 끈질긴 악연 속에 불구속 기소라는 불명예를 안고 다시 재판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신 부장검사)는 무죄가 확정된 김 전 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한 혐의(모해위증죄)로 권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모해위증죄는 상대를 형사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이 있을 때 적용되는 것으로, 일반 위증죄보다 죄질이 나쁜 것으로 인정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에 대한 수사 및 재판기록을 면밀히 검토하고 핵심 참고인들을 수사한 결과 당시 권 의원이 김 전 청장에게 불리하도록 허위 증언을 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우선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팀이 국정원 직원의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가 당시 확보된 자료로는 범죄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인데도, 권 의원이 마치 서울청의 외압 때문이었던 것처럼 위증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권 의원은 "김 청장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영장을 신청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이로 인해 더 이상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 직원이 "컴퓨터를 특정정보에 국한해 제출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고 권 의원에게 직접 말을 했는데도 불구, 서울청이 임의로 분석범위를 제한해 허위 결과를 도출 발표했다고 밝힌 부분도 위증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서울청 당시 김모 수사2계장이 제안한 바 없으며, 권 의원이 당시 김 계장과의 통화에서 약 25분 동안 관련 설명을 들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와함께 권 의원이 당시 상관이었던 이모 수서경찰서장이 하모 청문감사관으로부터 '중간수사결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을 후회한다'고 토로한 사실을 들었다며 "김 전 청장이 잘못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증언한 부분도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었던 권 의원은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직원 김모씨의 오피스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게 하는 등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고 주장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
검찰은 권 의원의 법정 증언을 토대로 김 전 청장을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권 의원의 진술이 객관적으로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며 무죄를 확정하면서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관련 고발이 이어졌다.
검찰은 1년 넘게 사건을 끌어오다 지난달 말 권 의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으며, 결국 기소를 결정했다.
권 의원의 기소 결정으로 검찰도 모순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권 의원의 진술을 근거로 김 전 청장을 기소하며 유죄를 확신했던 검찰은 무죄가 나자 역으로 윗선의 압력이 있었다며 내부자 고발을 한 권 의원을 기소해 재판에 넘기는 자기모순적인 결정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권 의원의 진술이 유력한 기소 근거가 됐던 것은 맞지만 당시에도 다양한 정황증거를 통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김 전 청장을 기소하고 유죄를 주장했던 검찰이 이제와 권 의원의 증언을 부정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모해위증 자체를 부인하며 재판에 적극 대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이 수사 개입의 주요 근거로 삼았던 김용판 전 청장 전화 내용의 진위를 두고 양측의 설전이 예상된다.
검찰은 당시 전화 내용이 '철야근무로 인한 노고를 격려하기 위함이었고, 영장신청에 신중하되 당당하게 잘하라는 취지였다'는 김 전 청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권 의원은 검찰에 출석할 당시 "김 전 청장이 당시 수사를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기록 속에 묻힌 객관적 진실들을 꺼내 국민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겠다"고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