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볼까요?
◆ 김성완>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을 두고 문화부와 대한항공의 관계가 수상합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서로 썸을 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알 듯 모를 듯 문화부와 '썸'타는 대한항공,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어제 문화부가 발표한 ‘K-익스피리언스’ 계획 얘기하시는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 2기 문화융성 방향과 추진 계획을 공개했는데요. 그 바로 핵심 내용이 ‘K-익스피리언스’였습니다.
◇ 박재홍> 이름도 어려워요.
◆ 김성완> 외국인을 겨냥해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문화부가 이렇게 영어로 이름을 지어도 되는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한국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숙소부지에 짓겠다, 이런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서 한국 전통미를 살린 지하 3층, 지상 4, 5층 규모의 건물에 다목적 공연장과 갤러리, 전통체험공간을 배치하고요. 인사동과 북촌 등 주변지역과 연계를 해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문화체험관광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 이런 겁니다. 문제는 이 부지가 대한항공 소유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땅콩회항 사태로 물러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 부지에 7성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었습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대한항공 조성배 상무가 참석을 해서 세부적인 계획을 기자들에게 설명해 주기도 했어요.
◇ 박재홍> 그런데 이 기자회견 보면서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인데 특정 대기업의 임원이 나왔다, 브리핑에도. 이게 아주 이례적인 일로 보여지고 있는데요.
◆ 김성완> 글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거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우리가 이 기업과 함께할 겁니다. 이렇게 선언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특혜 논란이 일어날 게 불 보듯 뻔한데요. 정부 국정과제라면 각종 인허가나 이런 것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고. 또 규제도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어제 기자회견은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비유로 표현하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이런 말하고 거의 비슷한 것 같은데요. 국정 2기, 문화융성 계획이라고 거창하게 포장을 했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대한항공이 자기 땅에 자비로 문화센터를 짓는 겁니다. 그러니까 리움처럼 대기업이 짓는 문화전시 공간과 하등 다를 바가 없거든요.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열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다른 사업 조금 추가해서 마치 자신들의 작품인 것처럼 만들었다, 새치기한 느낌까지 저는 솔직히 받았거든요.
◇ 박재홍> 말씀하신 대로라면 뭔가 대한항공이 문화부 기자회견에 끌려나온 느낌이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왜 썸을 타고 있다고 말씀하신 거죠?
◆ 김성완> 이게 오늘의 첫번째 행간이 될 것 같은데요. 어제 기자회견장에서 대한항공 조성배 상무가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여러 차례 반복해서 호텔과 관련된 문제들을 물었거든요. 왜냐하면 원래 이게 대한항공이 호텔과 문화센터를 같이 짓겠다고 했던 공간이었는데 호텔은 쏙 빼고 문화센터만 짓겠다, 이렇게 계획이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기자들이 호텔건립 계획은 접은 거냐, 나중에 용도변경을 해서 숙박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겠느냐? 이렇게 질문을 했는데. 조 상무의 답변이 한결 같았습니다. ‘우리가 지으려는 문화센터에는 현재 호텔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호텔은 현재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박재홍> ‘현재’에 방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 김성완> 유독 ‘현재’라는 말을 강조하거든요. 이건 무슨 의미겠습니까? 미래의 어느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건만 된다면 짓고 싶습니다, 이렇게 얘기한 거나 똑같은 얘기거든요. 언론이 별도로 대한항공을 취재를 했다고 하는데요. 대한항공 관계자는 호텔을 포기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걸 뒤집어서 말하면 지금은 어쩔 수없이 호텔 계획을 접은 것이지만 앞으로 상황과 여건이 된다면 다시 지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얘기인데요. 정리를 하자면 대한항공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한 것이다, 이렇게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스텝-바이-스텝 전략이라고 하잖아요. 단계별로 사업을 밟아나가는 건데요. 왜냐하면 이게 각종 규제법안, 예를 들어서 학교보건법에도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해가지고 갔지만 결국 패소한 사안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학교 200m 반경 내에는 호텔을 지을 수 없다, 여기에 규제가 묶여있는 건데요. 이 땅을 그대로 놀리는 건 대한항공 입장에서도 손해가 된다, 그러니까 이번 참에 정부와 협조해서 문화센터를 건립하고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호텔까지 건립하겠다, 이런 복안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죠. 그것과 함께 연결되어서 문화부하고 한번 썸을 타보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거죠.
◇ 박재홍> 쉽게 말해서 문화부와 대한항공이 밀당도 하고 있는 느낌도 들고. 어떻게 보면 이용당할 수도 있을 것 같고.
◆ 김성완> 정부 입장에서 보면 이용당하는 거 아니야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썸이라는 게 혼자 타는 거 아니잖아요. 같이 타는 거잖아요. 방금 전에 밀당이라고 하신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해야 썸이 되는 거지, 혼자 타면 그게 썸이 아니라 짝사랑이 되는 거겠죠. 그러니까 정부도 사실은 밀당을 하고 썸을 타고 있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데요. 그러면 문화부는 뭘로 썸을 타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휴가 다녀온 뒤부터 갑자기 문화융성이라고 하는 것을 국정 2기 화두로 꺼내들었습니다. 그 뒤로 여러 차례 문화융성에 대한 부분들을 강조를 했거든요. 그 핵심이 서비스 관광 산업 활성화고 그 핵심 중의 핵심, 그것이 한국 전통문화 홍보였습니다. 그것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어디냐. 결국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는 미국 대사관 숙소부지였다, 이런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 중에 하나가 뭐냐하면, 어제 거창하게 문화센터를 짓겠다고 했지만 이게 지상 4층으로 짓는지 5층으로 짓는지도 확실치 않고요. 조 상무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게 예산이 수백억이 드는지 수천억이 드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대한항공이 가지고 있던 계획을 급히 갖고 와서 발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하나도 없다는 거죠. 그만큼 문화부가 다급하다, 이런 얘기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문화부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의 문화융성 방안에 같이 호응할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고 가시화된 어떤 성과를 내놔야 되는데 그 성과를 만들다 보니까 대한항공이 눈에 딱 보였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측면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K-익스피리언스’가 이명박 정부 시절 숭례문 복원과 비슷해지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 공교롭게 문화센터 완공일이 2017년입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임기말하고 거의 딱 맞아떨어집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터파기 공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1단계 공사가 겨우 이때쯤 끝난다 이런 거니까요. 결국은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 방안에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대한항공의 건물로 만들고 싶어했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게 문화부의 과잉충성인지 청와대의 전략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K-익스피리언스’의 구상의 화룡점정은 7성급 호텔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결론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런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런 말씀이에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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