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교수는 부산 문학 평론 분야에서 활약해 온 중견 평론가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품이지만 평론에 있어서만은 주관을 내려놓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한국작가회의와 부산작가회의는 19일 발표한 애도 성명에서 "아직도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이 필요한 시대인가"라며 한탄했다.
양 단체는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정부의 퇴행적인 인식과 정책에 항의하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퇴행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중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정부는 마땅히 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산대학교는 학내의 문제가 지역사회의 문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 민주적인 절차로 총장을 선임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대학의 총장직선제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었다.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자율권 보장과 민주적 의사결정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정부는 지속적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요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교육부 재정지원을 빌미로 총장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에 압력을 가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선거 과열 등의 폐해를 들고 있지만 속셈은 뻔하다. 지식인 사회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을 정부의 입맛대로 길들이고 교육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려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대학은 총장직선제를 포기하고 정부가 권하는 총장추천위원회 방식으로 총장을 선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율적 지성과 학문의 장이어야 할 대학을 모욕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총장 추천위원회를 제비뽑기로 구성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정부안에 따라 간선으로 추천된 국립대 총장의 임명동의안 제청을 거부하면서 그 이유도 밝히고 있지 않다. 이른바 지성의 전당이라는 한국의 대학에서 상식을 넘어서는 야만과 억지가 자행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교수이자 시인, 평론가인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비민주적인 행태에 맞서는 최후의 선택이었다. 부산대학교는 전국의 국립 대학 중에서도 유일하게 총장직선제를 고수하기 위해 정부와 대립하고 있었고, 최근 직선제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총장의 입장 변경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고현철 교수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였던 부산대학교의 정신을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다.
고현철 교수의 죽음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정부의 퇴행적인 인식과 정책에 항의하는 것이지만, 그의 죽음이 촉구하고 있는 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진정한 대학의 민주화, 나아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교묘하게 민주주의는 억압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져 있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더욱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그의 죽음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한 사람의 목숨은 민주주의와 대학교육의 공공성이 중요한 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그가 감당하겠다고 한 희생을 우리는 차마 믿을 수 없다. 소중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정부는 마땅히 이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산대학교는 학내의 문제가 지역사회의 문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 민주적인 절차로 총장을 선임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학자이자, 한 사람의 시인, 한 사람의 평론가였던 고인이 남긴 뜻, 더 이상 무뎌져서는 안 될 민주주의의 정신을 우리는 오래 기억할 것이다. 마음을 다해 고인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
2015년 8월 18일
부산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