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의 '남 탓'과 책임회피성 대응이 비리의 본질을 가리고 의혹을 키운다는 지적이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촉구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방안이 없어 답답함만 호소하는 실정이다.
학교 신설 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수십억원 상당의 특혜를 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세종시교육청.
지난 18일 엿새 만에 뒤늦게 나온 세종시교육청의 사과와 해명을 접한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핵심 주도자는 이미 정년퇴직을 해 지금은 민간인 신분이며, 다른 관련 직원들은 하위직으로서 상급자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최교진 세종시교육감과 시교육청 관계자들의 설명 때문.
책임이 특정 개인에게 주로 있고, 교육청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임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교육청의 내부통제 및 감사 소홀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고 감사담당 직원들의 역량과 전문성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스스로 무능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적발된 직원들은 경징계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견책·주의에 그쳤고, 퇴직한 전 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등 일벌백계를 외친 지역의 기대와는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수십억대의 특혜를 제공한 직원들이 어떤 '대가'를 받았는지 규명도, 이번 사태가 초래된 것에 대해 교육청에서 책임을 지는 이도 없었다.
이에 대해 세종시의 한 시민은 "세종시교육청이 비리 당사자가 아니라 외부 업체나 민간인에 의한 피해자로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교육청 내부에서마저 "앞으로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해도 '위에서 시켰다'거나 '몰랐다'고 말하면 되는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새어나왔다.
현직 교사를 포함해 교직원 25명이 기소된 대전 대성학원 채용비리 사태에서도 대전시교육청의 '유체이탈 화법'이 주목된다.
검찰 수사로 비리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자사고 재지정은 물론, 개학을 맞은 학생들이 '비리 교사'에게 수업을 받도록 사실상 방치하는 등 시교육청의 대응에서 교육비리에 대한 인식을 엿보긴 어렵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25명의 비리 혐의 기소를 가리켜 "자사고를 운영하지 못할 정도의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교육청들의 이런 행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의도된 유체이탈 화법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비난과 반발을 감수하고도 더 이상 파고들지 않으려는 건 교육청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기 때문은 아니냐"며 "비리가 어디까지 드러날 지에 대한 부담, 나아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의혹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전교조 대전지부는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대성학원에 무언가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설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은 부정 채용에 연루된 교사들을 모두 임용 취소하고 지급된 인건비도 전액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청들이 매번 꼬리 자르기식으로 가는 건 결과적으로 그게 가장 이익이기 때문"이라며 "드러난 비리보다 드러나지 않은 교육청의 '속사정'이 더 걱정스러운 이유"라고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