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4위' KIA, 에반의 불펜 전환은 옳은 선택일까

에반 믹. (자료사진=KIA 타이거즈)
10개 구단 가운데 9개 구단의 외국인 투수 활용법은 같다. 당연히 선발 투수다. 그런데 KIA만 활용법이 다르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투수를 중간 계투 요원으로 쓰고 있다. 물론 케이티가 시즌 초 앤디 시스코를 불펜으로 돌리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부진 탓이었다. 반면 KIA는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자마자 다시 불펜으로 전환했다. "팀 사정상"이라는 이유다.


현재 KIA는 52승53패를 기록, 5위 한화와 승차 없는 6위에 올라있다. 와일드카드가 주어지는 5위 자리를 따내기 위해 스퍼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에반 믹을 불펜으로 옮겼다.

과연 에반의 최적 활용법은 불펜일까?

KIA는 올해 무려 13명의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갔다. 시즌 전 KIA 선발은 '최강'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양현종, 두 외국인 투수 조쉬 스틴슨과 필립 험버, 그리고 90억원을 안겨주면서 미국에서 다시 복귀시킨 윤석민까지, 그야말로 물 샐 틈이 없었다. 그런데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으면서 로테이션이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험버는 퇴출당했다.

양현종과 스틴슨만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고 있다. 둘 외에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투수는 임준혁(12경기 선발, 험버 제외)이 유일하다. 분명 선발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에반은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험버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뒤 중간 계투로 5경기에서 3승을 올렸다. 그리고 6일 케이티전에서 처음 선발로 나서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2일 한화전 등판 이후 사흘 간의 짧은 휴식이었지만,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에반은 다시 불펜으로 돌아섰다. 김병현, 서재응 등 베테랑들이 흔들린다면 KIA의 선발 돌려막기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

특히 에반이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바로 5경기마다 한 번씩 생기는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공백이다.

규정상 외국인 선수는 한 경기에 두 명만 출전할 수 있다. 즉 스틴슨이 선발로 나서고, 에반이 불펜에서 대기하면 필은 원하지 않는 휴식을 취해야 한다. 실제로 필은 스틴슨이 선발로 등판한 13일 삼성전에 결장했다. KIA는 최근 2년간 외국인 마무리를 쓰면서 이런 패턴으로 시즌을 치러왔다.

중요한 것은 KIA가 현재 팀 타율 꼴찌(2할5푼6리)라는 점이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필과 이범호가 유이하다. 필은 타율 3할2푼8리, 홈런 17개를 기록 중이다. 올해 KIA 타자 가운데 가장 잘 맞는 타자다. 그런 필이 5경기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필수가 아닌 선택 때문이다.

필이 더그아웃에 앉아있다가 에반이 등판하지 않을 경우 타석에 설 수도 있다. 에반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지고 있거나, 크게 이기는 경우로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강한 카드를 대타로 쓰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물론 김기태 감독의 의도대로 불펜 강화도 필요하다.

실제로 KIA는 에반의 선발 전환이 확정된 뒤 불펜 난조로 연패에 빠졌다. 5일 넥센전에서는 8회 최영필이 무너졌고, 6일 케이티전에서는 7회 김광수가 주저앉았다.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IA의 구원 평균자책점은 4.64다. NC(4.28), 삼성(4.43), 한화(4.43)에 이은 10개 구단 4위에 해당한다. 불펜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상위 5개 팀 가운데 KIA보다 구원 평균자책점이 높은 팀은 넥센(4.92), 두산(5.50)이 있다. 다만 두산은 선발 평균자책점 1위(4.51), 넥센은 팀 타율(3할2리)과 팀 홈런 1위(16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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