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경남대책위원회는 17일 창원시 의창구 경상남도교육연수원(사림로 111번길 22) 정문에서 '세월호 기억의 벽' 제막식을 가졌다.
세월호 기억의 벽은 연수원 정문 안쪽에 길이 6m, 높이 2m 규모로 양측에 설치됐다. 창원을 비롯해 경남도민 1천100여 명의 추모글과 그림이 그려진 1천200여 장의 타일이 부부착됐다.
대책위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기억의 벽 조성작업을 진행해 왔다.
세월호 기억의 벽은 당초 창원 반송초등학교 외벽에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경남교육연수원으로 옮겨지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기억의 벽이 설치된 장소는 5만 명의 경남 교직원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드나드는 교육연수원 정문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야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억의 벽으로는 여기가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측 기억의 벽)오른쪽 윗공간은 앞으로 우리 교직원들이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또 "'기억의 벽'이 '깨달음의 벽'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세월호경남대책위 이경희 공동대표는 "우리는 절대 잊지 않겠다. 진실을 인양하는 것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목숨이 바다에 수장됐는데도 아직 그 진실이 규명되지도, 대책이 세워지지도 않고 그책임자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이런 시대를 끝내겠다는 우리 시민들의 약속이 여기에 새겨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경남대책위는 기억의 벽 취지문에서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으며 아직도 죽은 이의 한과 산 자들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는데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며 "하여 우리의 기억을 되새기고 우리의 약속을 다지기 위해 기억의 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 "기억의 벽은 우리의 염원이며 우리의 약속이고 세월호 희생자의 새로운 부활이자 그들을 잊지 않겠다는 우리의 다짐이다"고 설명했다.
고 단원고 오준영(2-5) 군의 아버지 오홍진 씨는 "1천200여장의 타일은 그냥 타일이 아니라, 우리 단원고 아이들, 304명의 희생자 억울한 한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는 진실 규명의 희망, 대통령 책임 촉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며 "기억의 벽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든 점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씨는 "살고 싶어서 배안에서 발버둥치며 '엄마', '아빠'를 불렀을 아들, 가슴에 품고 평생, 이 기억의 벽처럼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두 번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미래의 봄을 아이들에게 떳떳한 어른의 몫을 하며 감사하는 마음, 은혜갚는 마음으로 열심히 바르게 살겠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눌렀다.
'세월호 기억의 벽' 조성은 팽목항을 제외하고는 경남이 전국에서 처음이다.
세월호경남대책위 김선애(기억의 벽 사업담당) 씨는 "팽목항에 설치돼 있는 기억의 벽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세워지는 기억의 벽으로, 이곳에 타일 하나하나가 역사적이고 의미가 크다"며 "이곳에 설치된 기억의 벽이 전국으로 퍼지는 민들레 씨앗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막식 현장에서 만난 진모 씨. '세월호 기억의 벽'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타일에 추모글)는 진 씨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을 당시를 회상하면서 울먹였다. 진 씨는 당시 임신 중이었다.
진 씨는 "뉴스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처음에 라디오를 듣다가 모두 구조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였다"며 "더구나 당시 임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입장에서)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진 씨는 특히 "구할 수 있었던 목숨을 구하지 못했는데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아직은 우리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지만, 나중에 이런 일이 있었고 앞으로는 이런 사회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기억의 벽 제작에)참여했다"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 않고 정부는 정부대로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함께 힘을 모을 것은 모았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진 씨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아니지만, 어려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은 기쁘다"며 "이 장소가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