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보죠.
◆ 김성완> 요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베테랑’ 혹시 보셨습니까?
◇ 박재홍> 네, 봤습니다. ‘베테랑’.
◆ 김성완> 어떠셨어요? 보시고 난 다음에.
◇ 박재홍>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 재미있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 김성완> 재벌 3세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끌었던 것 같은데요.
◇ 박재홍> 류승완 감독을 저희가 또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고.
◆ 김성완> 그랬군요. 그런데 영화 ‘베테랑’보다 훨씬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 주말 화제가 됐던 얘기인데요. 동아제약 창업주 아들이 주차딱지에 열받아서 관리실 노트북을 부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공든 탑 흔들어놓은 박카스 2세,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동아제약 아들이라는 검색어가 지난 주말 인터넷과 SNS에 떠들썩했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광복절 뉴스만큼 큰 화제가 됐던 뉴스인데요. 더구나 ‘베테랑’이 한창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벌 2세의 갑질사건이 딱 터지니까 훨씬 더 공분을 샀습니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면서 여론을 이끄는 힘이 또 있잖아요. 그리고 영화가 일종의 흥분제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도가니’ 같은 경우에는 그때 형성됐던 여론이 성폭행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큰 기여를 했었고요. ‘연평해전’은 애국심을 고취하고 대북 강경노선을 좀 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여론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고, 지금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암살’ 같은 경우에는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좀 더 되새기게 만드는 그런 영화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번 ‘베테랑’ 같은 경우에도 이번 사건과 연결이 되면서 훨씬 더 주목을 받기도 하고 거꾸로 또 그 사건이 주목을 받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5개월 전에 발생한 사건이었잖아요, 그 사건이.
◆ 김성완> 여느 때 발생했다면 아마 이렇게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을 거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까지 드는데요. 발생한 시점이 또 상당히 오래됐습니다. 지난 3월 하순에 발생한 사건인데요. 동아제약 창업주인 강신호 회장의 4남입니다.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 모 사장이 강남구 청담동의 한 병원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고 합니다. 관리실 직원이 보니까 등록차량이 아닌 거예요. 요즘 아파트 단지에서도 등록차량 아닌 경우에는 주차 경고 스티커 같은 걸 차에다가 붙여놓는 경우가 있잖아요.
◇ 박재홍> 주차난이 워낙 심각하니까요. 나중에 떼기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 김성완> 맞습니다. 그것 때문에 굉장히 화를 내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비슷한 경고장을 차에다가 붙여놨던 모양인데, 강 사장이 이걸 보고 분개를 해서 주차관리실을 찾아갔답니다. 마침 또 주차 관리하는 비정규직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화를 이기지 못하고 직원 책상에 놓인 노트북을 바닥으로 집어던져서 부쉈답니다. 사무실에 돌아온 직원이 놀라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그 사람은 그냥 가버렸으니까 경찰이 주변 CCTV나 이런 것들을 분석을 해서 근 5개월 만에 사람을 찾아내서 이게 강 사장이었구나라고 확인한 다음에 결국은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고 합니다, 불구속 입건 조치하고.
◇ 박재홍> 불법 주차 딱지를 붙인 것 때문에 화가 나서 노트북을 집어던진 건데. 보면 영화 ‘베테랑’에서 등장하는 재벌 3세랑 좀 비슷하네요. 분노조절을 못하는.
◆ 김성완> 맞아요. 영화에서는 유아인 씨가 주연을 맡았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닥치는 대로 물건을 부수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힌다, 이런 내용이고. 나중에 응징을 받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건데요. 강 사장도 그 유아인 씨와 비슷한 그런 모습을 보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분노조절 장애인데요. 분풀이 대상이 좀 필요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만약 주차관리실 직원이 사무실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거기에, 혹시 강 사장이 있는 그 회사에 직원들한테도 강 사장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닐까라는 이런 걱정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 박재홍> 김성완씨의 약간의 상상이 들어가 있는 건데.
◆ 김성완> 물론 그 사건 그대로 노트북만 집어던지고 말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는 건데요. 왜 제가 이 말씀을 드리냐하면, 다 아실 것 같습니다. 재벌가 2, 3세들이 그동안 보여줬던 행태가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인데요. 잘 아시다시피 땅콩회항 사건, 그것도 마찬가지로 사실 마카다미아 서비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것 가지고 사건이 시작이 됐고 나중에 본인 스스로가 흥분을 해서 비행기 돌려, 이렇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5년 전 발생했던 SK 매값 폭행사건. 이것도 굉장히 화제가 됐던 사건인데, SK 그룹 최태원 회장의 사촌이죠. 최철원 M&M 대표가 야구방망이로 1인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를 때렸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매 한 대에 100만원씩이다, 그런 다음에 5, 6대 때리고 굉장히 아파하면서 피하니까,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만원이다, 그런 다음에 다 때리고 나서 2000만원을 주고 갔다, 이런 건데요. 재벌 2, 3세의 뭐니뭐니해도 원조격인 사건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프라이드 폭력사건이라는 게 있어요.
◇ 박재홍> 그건 뭔가요? 프라이드 폭력사건?
◆ 김성완> 오래돼서 아마 기억 못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오렌지족 사건으로도 유명한 사건입니다. 1994년 1월 17일날 발생한 사건인데요.자정을 조금 넘은 시각인데, 그렌저가 도산대로를 달리다가 프라이드 승용차가 기분 나쁘게 끼어들었다고 4명의 젊은이가 차에서 내려서 프라이드 운전자를 때린, 그런 사건인데요. 도로 변에 있는 벽돌과 화분으로 머리를 내리쳐서 뇌출혈까지 일으키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차에 누가 타고 있었느냐. 한창 요즘에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준호 부회장의 외아들이 있었고요.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이자 제일화재해상보험 이동훈 회장의 아들 등 4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롯데 2세는 이틀 뒤에 런던으로 도망치려고 하다가 공항에서 붙잡히는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었죠.
◇ 박재홍> 재벌 2, 3세 관련해서 참 별의 별 사건이 다 있었네요.
◆ 김성완>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은 그 이전으로 가면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어요.
◇ 박재홍> 그런데 이번 사건이 동아제약의 공든 탑을 흔들어놨다, 이런 말씀도 하셨는데 그 얘기는 무슨 얘기인가요?
◆ 김성완> 재벌 2, 3세들이 돈이면 뭐든지 다 된다, 이런 식의 삐뚤어진 특권 의식을 갖고 있다, 이건 입이 아프도록 우리가 많이 얘기했던 거잖아요. 그런데 동아제약의 공든 탑을 흔들어놨다, 이 얘기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동아제약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기업 이미지가 좋은 회사였습니다. 동아제약의 상호를 말씀드려서... 상표명을 말씀드려서 좀 그렇지만 박카스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서민적인 강장음료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리고 광고도 굉장히 사실 잘한 편이에요. 1993년부터 감성적인 광고를 냈는데요. 다 아실 텐데, ‘대한민국에서 무엇무엇으로 산다는 것.’ ‘힘내라 대한민국.’ 이런 시리즈 광고를 계속 냈잖아요. ‘세상 사는 데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렇게 위로를 해 주기도 하고. ‘풀려라 5000만. 풀려라 피로.’ 이런 것도 하고. 지친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는 취지로 3년째 29초 영화제라는 걸 해오기도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또 열었거든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는 기업 이미지, 이런 것들을 갖고 있었고 굉장히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인데 이번 사건으로 그런 이미지가 산산조각이 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재벌 2세, 3세가 벌이는 일이 그냥 단순히 재벌가의 한 사람의 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도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땅콩회항 사건에도 대한항공이 굉장히 큰 타격을 입었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거죠.
◇ 박재홍> 이번 사건이 재벌가의 자식들에게 주는 교훈,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싶네요.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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