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영화 '암살'이 되살린 독립의 과제

'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조진웅이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신흥무관학교가를 부른 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영화 암살이 드디어 광복 70주년에 첫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가 됩니다. 세월호 때문에 찢긴 상처가 덧나고 있는 중에 다시 메르스에 침탈되면서, 나라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한 회의에 시달렸던 국민들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쓰러진 선조들을 그린 영화를 통해서 치유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문화는 위로와 치유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지만, 이토록 반복적으로 영화 외적인 문제 때문에 영화 자체가 신드롬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은 비극입니다. 하지만, 영화 암살과 더불어 벌어지는 비극은 외디푸스가 스스로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난 뒤 비로소 얻은 새로운 각성을 이끌어내는 비극입니다.

영화 암살은 천만이 넘는 관객들의 눈앞에 친일파들의 행적을 생생히 펼쳐놨습니다. ‘망각’의 강 저편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릴 줄 알았던 불편한 진실이 피가 돌고 숨을 쉬며 되살아난 것입니다. 일제 치하라는 엄혹한 시기에 ‘민족을 먹이고, 가문을 알리고, 가족을 지킨다’고 둘러대면서 실제로는 나르시스적인 자기애에 사로잡혀 암세포처럼 재산과 권력을 불리던 친일파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증식을 위해 카멜레온처럼 강자에게 붙어 변태를 일삼으며, 김구를 암살하고, 김원봉을 고문하고, 전쟁을 일으켜 수 백 만의 형제자매가족들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끊임없이 싸움을 일으켜 희생자를 만들어 내면서 자신들이 옳다고 강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사실 친일로 얻은 재산과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무려 70년이란 시간동안 그토록 끊임없이 왜곡하고 위장하고 조작하고 탄압하면서 살아온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손에 의해 건설된 것처럼 세뇌해 왔지만, 지극히 상업적인 케이퍼무비 장르의 한국 영화 한 편이 그 세뇌의 창살을 부셔버린 것입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자발적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공이 있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사람들을 찾고 알아가려고 애를 씁니다. 또한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사회의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단체들도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연구 단체를 후원하거나 심지어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독립 언론들의 노력은 괄목할만 합니다. 뉴스타파의 새 기획 “친일과 망각”은 4부에 걸쳐 수 십 만 뷰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발적인 노력들은 모두 본질은 하나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돈과 권력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을 찾아내고 기록하자. 그렇게 기억해야만 70년 전 김구, 김원봉 선생의, 아니 우리 민족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친일파의 손녀는 공영방송의 이사장을 하면서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지키자고 하고 친일파의 자식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여당의 대표를 하면서 변절 후 독재자가 된 이를 국부로 재평가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도를 영화 암살은 천만 관객에게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과제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70년이 넘게 수행하지 못한 민족의 명령, 더 이상 자손들에게 미뤄둘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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