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日대사관 앞 분신한 최현열 뜻 널리 알릴 것"

분신한 최씨 성명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자작시 '나라사랑' 공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한 최현열(81)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최씨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10개 단체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세 노인이 부당한 현실에 항의하며 몸에 불을 붙인 것에 후손들은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통탄했다.


광주 전남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의 일원인 최씨는 12일 낮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 도중 유서와 성명서를 남기고 분신해 중태에 빠졌다.

이날 공대위는 최씨가 쓴 성명서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과 자작시 '나라 사랑'을 공개했다.

성명에는 최씨가 이를 전달하려 했던 연합뉴스, KBS 등 특정 언론사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성명에서 최씨는 "광복 후 7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에 이제는 모두 잊고 싶은데 과거사 끈은 왜 그리 길고 슬픈지 속에서 끓어오르는 정열을 잠재울 수가 없다"며 "이대로 보고만 있으려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바른 역사를 찾으려고 이곳까지 왔다"고 적었다.

그는 "이웃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피해국과 힘을 합쳐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폭로해 국제적 망신을 줘야 한다"고 이어나갔다.

최근 '일본의 사과가 충분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박근령씨에 대해서는 "이런 친일파 민족 반역자는 역사와 온 국민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작시 '나라 사랑'에는 '내 조국을 꼭 끌어안고 불 속이고 물 속이고 뛰어들어야 한다. 이것이 겨레의 소망이자 사명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최씨는 한 달 전부터 선산에 다녀오는 등 주변을 정리하며 분신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며 "독립운동을 한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평소 민족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해결되지 않는 과거사 문제들 때문에 겪는 아픔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이를 글로 남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1932년 6월 조선 독립을 위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에 참여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윤재 일제피해자공제조합 부회장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아버지 없이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일본 정부로부터 사죄 한마디를 듣지 못했다"며 "우리는 일본과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사죄와 보상을 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단체들은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을 꾸려 최씨의 치료비를 모금하는 한편 최씨의 뜻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씨가 입원한 한강성심병원은 "최씨가 최근 혈압 안정을 찾아 이날 상한 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2주 후에는 자가 피부이식 수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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