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의 시스템 점검 기간을 거쳐 13일부터 케이보팅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선관위는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수사과정에서 알게 된 일부 보안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KT 측에 신속히 관련 기술을 전면 적용하도록 했다"며 "새로 적용된 보안기술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8월 12일까지 모의시험을 실시했고, 보안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선관위와 KT가 모의실험을 거쳐 재적용했다는 기술은 다름아닌 검찰 수사로 처벌받은 이맥소프트라는 업체의 기술이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이맥소프트의 핵심 보안 기술이 사실상 없었다고 결론내린 상황에서 문제의 업체에게 또다시 보안을 다시 맡긴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맥소프트가 보유한 기술을 적용해 모의실험을 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재가동을 하기로 했다"며 "KT 측에 대체 기술을 찾는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상태이다. 그 전까지 당분간은 이맥소프트의 기술을 그대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가 없다"는 선관위의 해명과는 달리 이맥소프트가 보유한 보안 기술은 근본적으로 엉터리였던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이맥소프트 부사장 박모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면서 케이보팅에 적용할 수 있는 보안 기술이 개발되지도 않았고, 실제로 탑재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차례 시현한 결과 비트위임, 은닉서명, 키분할 같은 핵심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고 어떤 기술은 구현도 안됐다"며 "이런 고도의 기술은 불과 며칠만에 모의테스트로 검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와 KT는 각계에 미칠 파장을 염려해 시스템 운영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검찰 수사로 논란이 커지자 운영 주체를 떠넘기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감지된다.
KT 관계자는 "선거 시스템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케이보팅의 운영 주체이다.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것 뿐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선관위 관계자는 "업무 협약을 맺을 때에 KT가 사실상 운영, 관리 등을 전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보안 기술 운영 업체를 어디로 지정을 할 것인지는 KT에서 정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선관위와 KT가 검찰 수사 이후에도 안일한 대응으로 문제가 있는 투표 시스템을 재가동하기로 하면서 추가적인 피해도 우려된다. 시스템이 유료인 만큼 민사 소송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케이보팅을 통해 유료로 선거를 치른 협회와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항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