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암살'의 모티브가 된 항일 무장 독립단체 '의열단'.
1919년 조직돼 일본 고관 암살과 관공서 폭파 등의 활동을 벌였던 이 단체를 사실상 이끌었던 인물이 충주 출신의 우근 유자명 선생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제5차 개헌에 앞서 7인 헌법기초위원을 맡는 등 독립운동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196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충주시는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해 생가터 복원과 기념관 건립 등에 나서겠다며 2006년 중국에서 53점의 유품까지 인수했다.
하지만 당시 사업을 추진했던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사업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민간 주도로 사업 재추진이 끊임없이 시도됐지만 10년이 다되어가는 현재까지도 기념사업회조차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선생을 외면하는 사이 선생의 활동 무대였던 중국의 한 대학 내에는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동상과 기념관이 먼저 만들어졌다.
고향 땅에서조차 잊혀진 선생의 업적이 먼 나라 이국땅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수년 전에는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 충주를 찾은 중국인들이 열악한 생가 터 복원에 써 달라며 유족에게 여행비를 내놓은 낯 뜨거운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광복 70주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유자명 선생의 재조명 사업을 생각하면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애국지사를 찾아 내 그들의 업적을 조명하는 일은 후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8년 전 민간 주도로 어렵게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지역 사회의 무관심 속에 생가터 복원 등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14일 국가보훈처 청주보훈지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충북지역 독립지사는 모두 433명으로 이 가운데 독립장 이상이 수여된 지사만도 41명이다.
특히 민족대표는 33명 가운데 6명이나 포함돼 특정 지역 출신으로는 비율이 가장 높고 손병희, 한봉수, 이상열, 홍명희, 홍범식 등 독립운동 전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생가터 복원이나 기념관 등은 고사하고 학술대회나 문학제 등의 일회성 행사조차 손으로 꼽을 정도다.
뒤늦게나마 증평군이 45억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4월 '연병호 항일역사공원'을 조성하고, 진천군이 2017년 87억 7,000만 원을 투입해 '이상설기념관'을 착공하기로 한 것이 위안거리다.
조성진 독립기념관 연구원은 "충북은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 많지만 새로운 운동가를 발굴하거나 애국지사를 재조명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안동독립운동관을 경북독립운동기념관으로 확대해 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재조명 사업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충북지역 자치단체들도 한번쯤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말했다.
고향에서조차 외면하고 있는 독립지사들은 광복 70주년을 되돌아보게 하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