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적만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물론 토종 좌완 원투 펀치는 KBO 리그 최강이다. 유희관이 다승 1위(15승3패)를 달리고, 84억 원의 사나이 장원준도 11승6패로 제몫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팀내 다승 3위는 불펜 요원 윤명준과 함덕주의 4승이다.
염 감독이 부러워 하는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이 생각보다 나오지 않고 있다.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34)와 앤서니 스와잭(30)이 모두 3승에 머물러 있다.
물론 부상과 시즌 중반 합류 등으로 출전 경기가 적기는 했다. 니퍼트는 13경기, 스와잭은 10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비슷한 경기를 치르고 퇴출된 다른 외인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부상으로 교체된 밴와트(SK)가 12경기 5승, 찰리가 12경기 4승을 거뒀다.
다만 니퍼트와 스와잭의 최근 경기 내용은 상반된다. 현재 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150만 달러)을 받는 니퍼트는 여전히 몸값을 하지 못하는 반면, 스와잭은 반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니퍼트 약팀에 패배, 스와잭 강팀에 승리
특히 둘은 최근 나란히 선발 등판하면서 공교롭게도 대비가 됐다. 니퍼트는 12일 KIA와 원정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만에 6피안타(1홈런) 2사사구 3탈삼진 7실점하며 강판했다. 3-10 패배의 빌미가 됐다. 반면 스와잭은 13일 NC와 홈 경기에 나와 8⅓이닝 7탈삼진 6피안타 1실점 쾌투로 7-1 승리를 이끌었다.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치는 두산으로선 니퍼트의 투구는 아쉬웠지만 스와잭의 호투는 반갑기 그지 없었다. 12일 선발 카드만 놓고 봤을 때 두산은 이겨야 했다. KIA 선발은 시즌 4패에 머문 김병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현은 3이닝 2실점으로 일단 니퍼트보다는 나았고, KIA는 타선 폭발과 필승조 투입으로 승리를 지켰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2위 NC를 1경기 차로 따라붙을 수 있었다. 여기에 두산은 10일 유희관이 발목 통증으로 1군에서 빠져 한두 차례 등판을 걸러야 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스와잭이 값진 승리를 거둬준 것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경기 후 "중요한 시점에 스와잭이 선발로 잘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하락세 니퍼트, 적응 끝난 스와잭
니퍼트는 올해 완연한 하락세를 보인다. 2011년 이후 4시즌 동안 평균 13승을 따내며 에이스로 군림했던 니퍼트는 올 시즌 3승4패 ERA 5.48에 그쳐 있다. 니퍼트는 4년 평균 170이닝 가까이 던졌다. 여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최근 3경기에서 1패만을 안았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에서 불펜으로 등판, 1⅔이닝 1실점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니퍼트는 5일 롯데전 5이닝 3실점으로 승패없이 물러났다. 이후 본격 선발 등판 2번째 경기인 KIA전에서 부진한 것이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에 대해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13일 NC전에 앞서 "니퍼트의 구속은 나오고 있다. 전혀 문제 없다"면서 "KIA전은 승부해야 할 부분에서 그러지 못해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렸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IA가 올해 팀 타율 최하위(2할5푼5리)인 점을 감안하면 불안감을 떨쳐내기 어렵다.
스와잭은 한국 무대에 적응기에 끝났다는 의견이다. 13일 경기 후 스와잭은 "6, 7월에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잘 적응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하지만 이후 공격적으로 단순하게 가자는 생각을 하면서 최근 좋아진 것 같다"면서 "또 투심과 슬라이더가 내가 가진 최고 무기이기 때문에 자신있게 던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니퍼트와 스와잭의 위상과 입지는 달라질 수도 있다. 일단 스와잭은 "니퍼트는 힘든 상황에 있다"면서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과연 니퍼트가 부상과 부진을 떨치고 예전의 명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날 조짐을 보이는 스와잭이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