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머니였다면 평생 숨어 살았을 것
-배지 직접 제작판매해 설립비용 모금 중
-학생 이유로 담당자 면담 거절당하기도
-정동길 부지문제 당면, 이해관계 복잡해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서 (이화여고 학생), 성환철 (교사)
지난 2011년 12월 위안부 할머니분들을 기리기 위해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던 평화의 소녀상. 최근에는 국내를 뛰어넘어 해외에서도 속속 세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 고등학교 학생들이 소녀상 건립에 직접 팔을 걷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하는데요. 서울의 이화여고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직접 건립 추진에 나선 학생과 선생님을 이어서 만나보겠습니다. 먼저 이화여고 2학년인 권영서 학생입니다. 권영서 양, 안녕하세요.
◆ 권영서> 안녕하세요.
◇ 박재홍> 반갑습니다. 일단 어떤 계기로 위안부 할머니 소녀상을 세울 계획을 하신 건가요?
◆ 권영서> 일단 저희 역사동아리에서 수요집회를 처음 가게 됐는데요. 갔다 와서 ‘우리가 할머님들을 위해서 해드릴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상의를 하다가 소녀상을 세우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결국에는 결정을 하고 추진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 박재홍> 수요집회에 참여하신 게 첫 계기가 되신 건데요. 그럼 집회 현장에 처음 가보시니까 어떠셨어요?
◆ 권영서> 갔을 때 들었던 느낌은 할머님들의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나오셔서 시위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안타깝다고 느꼈고요. 일본 대사관쪽을 향해서 다같이 ‘할머니들한테 진정한 해방을 드리자’라고 함성을 지르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 때 일본 대사관 창문은 다 커튼이 내려져 있고 정말 미동 하나도 없었던 것이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군요. 우리 영서 학생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일본 정부가 아직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사실에 대해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잖아요. 고등학생으로 이런 걸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세요?
◆ 권영서> 일단 되게 무책임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반대로 생각을 해 보면 일본 측에서도 자신들의 잘못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어요.
◇ 박재홍> 그래요. 참 어린 학생이 역사인식도 훌륭하시네요. 위안부 할머니께서 당시 일제강점기 때 끌려가셨을 당시에 영서 학생과 비슷한 또래거나 더 어린 나이였을 거 아니에요? 만약에 내가 그런 위치에 놓였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본 적 있으세요?
◆ 권영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는 한데요. 저는 만약 제가 그런 상황에 놓였었다면 정말 평생을 숨어서 살았을 것 같아요. 굉장히 아픈 기억이고, 또 할머니들도 몸이나 마음이나 상처를 굉장히 많이 받으셨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더 생각을 하게 돼요.
◇ 박재홍> 그런데 소녀상을 공짜로 세울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건립비용도 굉장히 많이 들 텐데. 어떻게 비용을 모으고 있나요?
◆ 권영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받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저희가 나비모양의 배지를 제작을 해서 판매를 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배지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 박재홍> 소녀상 건립에 30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하는데 비용은 다 모았나요?
◆ 권영서> (웃음) 아직 다 못 모으고 지금 약 1630만원 정도 모아진 상태고요. 앞으로 더 모아서 빨리 기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 박재홍> 그렇구나. 그럼 방송 보는 분들도 함께 동참하고 싶은 분들은 어떻게 참여를 하면 돼요?
◆ 권영서> 일단 배지를 만약 구매하고 싶으면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고등학생이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어요. 거기에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우편이나 택배로 같이 발송을 해 드리고요. 그쪽으로 연락을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 권영서> 저희한테 연락을 해 주시면 그게 더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기금 모으기도 힘들었을 텐데요. 언제 제일 힘드셨어요?
◆ 권영서> 저희가 건립부지가 중요한 문제다 보니까 관련자 분을 직접 찾아간 적이 있었어요. 저희는 총책임자분을 만나 뵙고 설득을 하고 싶었는데 저희가 학생이고 하다 보니까 그게 안 돼서 그냥 다른 분이랑 말씀 나누고 돌아갔던 게 다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가장 많이 속상했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러니까 건립부지 문제로 책임 있는 분과 만나려고 했는데. 학생들이라 만나주지 않은 거네요.
◆ 권영서> 네.
◇ 박재홍> 그래요. 건립부지 문제가 꼭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서 학생, 굉장히 훌륭한 일도 많이 했는데 앞으로 꿈은 뭔가요?
◆ 권영서> 어쩌면 정말 뻔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고요. 제가 선생님이 되면 제가 이렇게 활동한 것처럼 학생들이 뭔가 역사문제 의식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그런 길잡이 같은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 박재홍> 멋있습니다. 나중에 어린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귀한 역사교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 권영서>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이화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권영서 학생이었습니다.
◇ 박재홍> 이어서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보죠. 성환철 선생님을 연결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성환철> 안녕하세요.
◇ 박재홍> 애초에 우리 학생들을 인솔해서 수요집회에 참석을 하신 건데요. 어떻게 우리 학생들을 이끄시게 되셨어요?
◆ 성환철> 사실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수요일에 수요집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요. 소녀상 건립운동을 하면서 아이들도 많이 알게 되어서, 방학을 맞이해서 아이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대단히 뿌듯한 마음으로 같이 참여를 하게 됐고요. 동아리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학생들을 모으고 해서 참여가 잘 됐던 걸로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런데 소녀상 부지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됐다면서요?
◆ 성환철> 아직은 어려운 문제고요. 사실 이 문제가 어렵다는 걸 올해 학기 초부터 고민이 많았고 또 여러 당사자들과 논의를 해왔는데요. 아주 부정적이지는 않고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잘 해결될 거라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게 참 의미 있는 일인데. 왜 부지문제가 벽에 부딪혀있는 건가요?
◆ 성환철> 저희가 생각했던 설립부지는 정동길이었습니다. 정동길은 배재학당하고 이화학당이 있던 자리로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학생이 출현한 곳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에게 대단히 친근한 곳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이곳으로 설립부지를 생각하다 보니까 서울시 중구청, 그리고 주변의 여러 가지 상가라든지 관청, 이런 곳의 소유문제라든지 이해문제 같은 게 복잡하게 얽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저희도 잘 해결될 거라고 바라는 것밖에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을 기도해봅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언제 소녀상을 건립해서 일반에 공개될 수 있을까요?
◆ 성환철> 지금 저희가 작년 11월 3일 즈음에 시작을 했는데요. 광주학생운동이 일어났었던, 지금 저희가 말하는 학생의 날이거든요. 그래서 작년도 그날에 시작했고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이해서 학생의 날을 즈음해서 저희가 건립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또 어린 학생들과 함께 의미있는 작업을 진행하시는 게 참 감사하네요. 또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 소녀상 건립으로 꼭 남겨지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요.
◆ 성환철>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이화여고 성환철 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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