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받은 최태원 회장


13일 밤 11시 22분쯤 도착한 경기도 의정부시 송산로에 있는 의정부교도소 앞. 사면을 마중 나온 가족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있다. 대략 60여 명정도다. 늘 그렇듯 카메라와 촬영 기자들은 자정이 되면 벌어질 상황에 대비해 장비 점검이 한창이다.

이날 취재진이 의정부 교도소 앞으로 모여든 이유는 바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출소 현장을 담기 위해서다. 지금도 취재진이 속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부는 이날 광복 70주년을 맞아 최태원 SK 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해 221만 7751명에 대한 사면과 행정 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14일 오전 0시를 기해 경기도 의정부 교도소에서 출소할 예정이다.

자정이 조금 넘어 12시 5분쯤이 되자, 최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총 43명이 출소했는데 가장 마지막으로 나왔다.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검은색 양복 왼쪽 가슴에는 붉은 SK배지가 있었고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지만 대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교도소를 나온 최 회장은 정문 앞에 선 뒤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 회장은 경영 현장 복귀 시점과 방식을 묻는 말에 "경영 공백 기간이 길어서 파악이 덜 됐다. 시간을 갖고 먼저 상황 파악을 해보고, (복귀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황 파악을 한 후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 에너지, 통신, 반도체에 역점을 두겠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국민께 사랑을 받는 SK기업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그룹에서 준비한 자동차에 오르며 서둘러 떠났다. 4분여간의 기자회견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수용된 지 2년 7개월여 만에 특별 사면됐다. 재벌 총수로는 역대 최장기간 복역한 주인공이 됐다.

이날 교도소 맞은편 주차장에서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40여 명이 몰려와 항의 시위를 했다. 물리적 마찰이 있지는 않았다.

그들은 "SK인천석유화학이 생체실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면으로 최 회장은 이제 SK그룹 경영에 실질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은 글로벌 사업, 미래 투자 전략, 경영 비전 제시 등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등기이사직 복귀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SK그룹은 사면발표 직후 공식입장을 통해 "이번 결정이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서 단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바람인 국가발전과 경제 활성화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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