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푸른 색 계열의 넥타이 차림에 뿔테 안경을 끼고 의정부 교도소 문밖으로 걸어나왔다. 검은색 양복 왼쪽 가슴에 달린 붉은 SK배지가 눈에 띄었다. 최 회장의 왼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최 회장은 이날 함께 출소한 43명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문 앞에 선 최 회장은 "국민 여러분들에 심려를 끼쳐 드려서 송구스럽다"면서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SK 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경영 복귀 방식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공백이 길기 때문에 아직 파악이 덜 됐다"며 "시간을 갖고 상황 파악을 해본 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복귀 시기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SK그룹 현황 파악을 해본 이후에 구체적으로 계획을 마련토록 하겠다"며 "아무래도 통신, 반도체 부분에 역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을 마친 최 회장은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과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하고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빠져나갔다.
의정부 교도소 주위에는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 40여명이 몰려와 항의시위를 하기도 했으나 별다른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회삿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이후 재벌 총수로는 역대 최장기간 복역했다.
최 회장은 특별 사면과 함께 특별 복권도 이뤄져 회사의 등기이사직도 맡을 수 있게 됐다. 당분간 건강을 추스린 뒤 그룹의 해외사업과 인수합병 등을 챙기는 등 그동안 경영 공백으로 흔들렸던 그룹 내 분위기를 다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최 부회장은 형제 동시 사면이라는 부담이, 김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