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옷걸이 개당 80원…버리지 마세요

한 아파트의 실험, '옷걸이 역회수망 시스템'…두 달만에 1210개 재사용

세탁소에 맡긴 세탁물은 철사를 꼬아 만든 옷걸이에 걸려 소비자에게 인계된다. 이렇게 소비되는 세탁소 옷걸이는 1년에 약 2억5천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정에서는 세탁소 옷걸이를 일부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옷장에 걸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옷걸이가 쌓이면 이를 모아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 배출한다.

세탁소 옷걸이는 재활용 쓰레기 중 고철로 분류되는데, 대개가 합성수지로 코팅이 돼 있어서 이를 고철로 재활용하려면 합성수지를 녹여야 한다. 재활용 과정에 비용이 들어가고, 여기서 상당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게다가 최근에는 고철 가격이 떨어지면서 재활용 업체가 수거를 기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세탁소 옷걸이 개당 단가 70~90원...재활용보다는 재사용이 유리

세탁소에서 옷걸이를 구매하는 단가는 개당 70원~90원이다. 생각보다 단가가 비싼 편이다. 옷걸이를 자체 제작하는 프랜차이즈 세탁소의 경우도 옷걸이 개당 단가가 40원 정도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고철로 분리 배출해 재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세탁소 옷걸이를 재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자원도 절약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옷걸이 재사용에는 넘어야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박다효 연구원은 “남이 사용한 옷걸이를 다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불결하다고 생각하는 등 거부감이 의외로 크다”고 말했다. 또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실제로 한 프랜차이즈 세탁소가 옷걸이 회수 캠페인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회수율은 1%에 그쳤다. 인식 전환 없이는 옷걸이 재사용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보여는 사례다.


◇ 자발적으로 재사용 나선 상계주공10단지의 실험

그래서 최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실시된 세탁소 옷걸이 재사용 실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는 지난 6월과 7월 두 달에 걸쳐 1회용 옷걸이 재사용 프로젝트를 실시하기로 하고, 아파트 2654세대 주민들과 단지 내 세탁소 3곳이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배달할 때, 주민들이 필요 없는 옷걸이는 바로 빼서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역회수망 시스템’이다. 또 주민들이 상태가 괜찮은 옷걸이를 모아서 세탁소에 직접 가져다줄 수 있도록 했다.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 주민들은 역회수망을 가동하기 전, 주민실천단을 꾸리고 전단지 홍보를 시작했고, 단지 내에 홍보물도 부착해 옷걸이 재사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6월과 7월에 본격적으로 옷걸이 재사용 프로젝트를 시작한 결과, 두달 동안 1210개가 회수됐다. 여름철에 세탁소 이용이 다른 계절보다 뜸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성과가 좋았다.

◇ 옷걸이 재사용...환경도 보호하고 동네 세탁소도 살리고

이렇게 회수한 옷걸이는 상태가 좋아 80% 이상 재사용됐다. 세탁소에서는 옷걸이 평균 단가를 80원으로 계산할 때, 옷걸이 재사용으로 9만6800원을 절약했고, 주민들은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에 나섰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다소 귀찮다는 응답도 있었으나, 아파트 주민 77%는 1회용 옷걸이 재사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대답했다. 주민들과 세탁소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거둔 성과라 더욱 의미가 깊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이번에 상계주공10단지의 사례를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한 뒤, 내년에는 노원구의 지원을 받아 구 전체로 옷걸이 재사용 운동을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세탁업협회와 연계해 서울시 전체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자발적인 재사용 운동이 성과가 좋게 나오면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지원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회수 체계가 형성될 경우,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져왔던 자원재활용 정책에 상당히 의미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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