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경제 분야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안보 분야에서 각각 '좌클릭', '우클릭'에 나섰다. 일부 정책이나 법안 내용만 놓고 보면 어떤 정당의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을 정도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일찌감치 서로의 영역을 빼앗으며 외연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도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 것은 보수 진영이다. 정부·여당은 최근 박근혜 정부 후반기 최대 국정과제인 노동개혁을 연일 강조하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개혁을 통해 부족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진보층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이자 사회적 약자로 떠오른 청년층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간담회를 갖고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이나 대기업의 청년 일자리 확충 노력 촉구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잘 돼야만 '낙수효과'로 서민층도 잘 살게 된다"는 기존의 보수적 경제 논리는 온데간데 없다.
야당도 이에 맞서 안보 분야 등 전통적인 보수 의제를 강조하며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북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나자 야당으로선 처음으로 대북규탄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북한 관련 사건이 일어나면 여권이 북한을 비판하며 들고 일어나고, 야권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던 예전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여야의 모습은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을 높이려면 각자의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외연확장' 논리가 다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먹고살기 힘든 청년층에게, 새정치연합은 안보에 민감한 중장년층에게 어필해보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정치평론가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이 안보에 대해서는 불안하다는 인식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또 새누리당은 가진 자, 기득권 편에 선 이미지를 벗어나 중도층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면서 "결국 표의 확장성을 의식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 경제민주화 등 중도클릭을 통해 문재인 대표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화' 카드는 이미 승리의 열쇠로서 검증이 됐다는 얘기다.
여야가 이러한 중도화 전략을 통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얻고 있을 지가 향후 양당의 희비를 가를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제'에 방점을 찍은 여당이 '안보'를 강조하는 야당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여권에서 경제분야 중도화를 시도하면서) 야권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기득권과 비기득권으로 나누고 균열을 내면서 의제를 선점하니 야권으로서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제인 사면의 경우도 이를 통해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압박하고, 이런 모습이 언론에 비춰지면 정부의 노동개혁 등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정치연합이 여권의 노동개혁에 맞서 들고나온 '재벌개혁' 카드가 좀더 설득력있고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경제 문제가 쟁점이라면서 "당 내부에서도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벌개혁을 포함한 노동개혁을 주장하는 등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