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없는 사면'이 될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최 회장의 복권도 함께 이뤄졌다. SK 그룹은 이번 특별사면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조치인 만큼, 그룹 전 구성원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SK그룹 측은 "이번 사면 결정이 경제활성화와 국가발전을 위한 결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그룹 전 구성원과 전 경영진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31일 법정구속된 후 2년 7개월만에 회사로 복귀한다. 꼬박 926일 만이다.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간 복역이다.
◇ 조현아 땅콩·국정원 해킹·롯데 '형제의 난'…멀고도 험했던 사면
최 회장은 사실, 지난해 성탄절 특사나 설 특사 또는 가석방에 희망을 걸어왔다.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한다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고,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로 복역했다"며 "이를 참작해 달라"고 요청도 했다.
지난 해 9월 황교안 법무장관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기업인 선처 가능성' 발언은 1년 넘게 숨죽여 기다려왔던 SK그룹에 단비처럼 느껴졌다. 연말이 되자 SK의 기대감은 높아졌고,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정중동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운이 없었던 건지, 죄 지은만큼 벌을 마저 다 받으라는 하늘의 뜻인지,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다. 당시 야당은 "재벌가 오너의 갑질 사례 중 대표적 해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고 여론의 '반재벌 정서'도 극에 달했다.
이처럼 재벌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전무죄·무전유죄'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깨고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을 하기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리고 이 관측은 현실로 이어졌다.
국정원 해킹 사건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점점 떨어진 것도 SK그룹의 애간장을 태웠다.
일단 재벌총수를 특별사면 또는 가석방하려면 대통령이 약속을 깨야하는데 국정원 해킹 사건으로 국민에게 신뢰를 또다시 잃은 상황에서 '사회지도층 범죄자에 대한 공정한 법집행'을 강조한 자신의 약속을 깨기가 어려웠던 것.
최근 롯데 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갈등은 '최태원 사면 드라마'의 클라이막스였다. 롯데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난이 하극상으로 치닫고 그 과정에서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비롯한 지배구조문제 등이 드러나자 재벌에 대한 국민적 반감도 높아졌다. 최 회장의 사면은 성탄절 특사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 활기 찾은 SK그룹 "특권 받은 만큼 경제활성화 위해 최선 다할 것"
이같은 우여곡절끝에 최 회장은 사면과 함께 복권도 함께 받으면서 각 계열사 등기이사 및 대표이사직 복귀도 가능해졌다.
최 회장은 당분간 건강을 추스린 뒤 그룹의 해외사업과 인수합병 등을 챙기는 등 그동안 경영 공백으로 흔들렸던 그룹 내 분위기를 다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면을 받은 만큼 일자리 창출, 국내외 투자 등 국가경제에 일조할 수 있는 기업의 여러 활동에도 매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복권도 함께 이뤄지면서 그룹내 경영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오너를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3년 가까이 비워뒀던 최 회장 집무실을 포함한 서울 서린동 SK그룹 사옥엔 오랜만에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다.
그룹내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은 최 회장에게 보고할 사안들을 챙기고 있다.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 사장들은 최 회장 출소 시간에 맞춰 의정부교도소를 찾을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업인이 경제살리리라는 기업 본연의 임무에 충실 할 수 있도록 사회와 국민이 기회를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대에 맞게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 경쟁력 향상과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사면이 좌절되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업 총수 일가 가족을 2명 이상 한꺼번에 사면하는 것은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면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