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 중 스스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던 최모(80)씨는 성명서와 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각각 A4용지 5장과 3장 분량을 채운 성명서와 유서는 최씨가 분신 직전 한 집회 참가자에게 맡긴 빨간색 가방에서 발견됐다.
최씨가 직접 작성한 이들 문서에는 주로 일본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과 '분신을 통해 억울함을 알리겠다'는 본인의 뜻이 나타나 있었다.
<7천만 동포들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성명서 첫 장에는 "우리 민족이 일본 때문에 식민지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일본강점기부터 최근까지 한일 관계, 남북 분단 등에 대한 역사적 서술이 연대기식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한국 독립 직후 친일파의 득세와 '동해'의 '일본해' 표기 등에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났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근령 씨의 친일 발언에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이에 대한 항의도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위안부, 정신대와 애국자들을 대신해서 뛰어든다"며 자신의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최씨는 "조국을 위해 불타는 마음 불나비처럼 뛰어들어 대한민국 제단에 바치겠다"면서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나의 조국을 껴안고 후회 없는 나의 길,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다"고 유서에 덧붙였다.
앞서 그가 속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최씨가 "일본의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재판 때마다 법정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격려하는 등 국권 회복과 민족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사고 후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진 최씨는 전신의 40%가량이 3도 화상을 입어 의식을 잃었으며, 병원 측은 "화상 쇼크로 인해 14일 예정된 수술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