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12일 오후 방영한 '조선인민군 군인들 신천박물관 참관·복수 결의모임 진행' 소식 영상에는 군인들의 실탄 사격에 등장하는 5명의 과녁 중 정중앙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는 장면이 나온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과녁 중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면 양옆의 4인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 다만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로 추정된다. 과녁 뒤로는 '미제 소멸'이라는 하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중앙TV는 이 과녁들을 공개하고서 군인들이 과녁을 향해 권총과 기관총으로 실탄 사격을 하는 장면도 연달아 내보냈다.
영상에 등장한 군인들은 삼지연에서부터 판문점까지 달리는 '붉은기 이어달리기' 행사에 참가한 군인들이다.
중앙TV는 행사에 참가 중인 군인들이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만행을 전시했다는 황해남도 신천박물관을 방문해 복수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모임과 실탄 사격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탄 한발한발에 신천의 복수를 재우고 신천의 피값을 재우며 최후 결전의 그날 미제 침략자들을 백두산 총대로 무자비하게 불마당질 해버릴 보복 의지를 안고 멸적의 총성을 높이 울렸다"며 험악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을 실명으로 거칠게 비난한 적은 많지만, 박 대통령의 사진을 실탄 사격의 과녁으로 쓰고 이를 공개하기까지 한 것은 쉽게 볼 수 없었던 과격하고 강경한 움직임이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가운데 북한은 이 같은 과격한 모습을 통해 군과 주민들이 남한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갖도록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움직임을 대내외에 공개함으로써 남한이나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강경 대응'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이 상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과녁삼아 사격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적대감을 드러내며 감정 싸움을 벌이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경기도 양주와 인천시의 군부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사진을 표적으로 사격 훈련을 했다는 남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대남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